-평택 스쿨존 초등생 사망 사건 피의자 구속
-굴착기 법적으로 ‘자동차’ 분류 안 돼
-가중처벌 없어 ‘입법 공백’ 지적도
경기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치어 1명을 숨지게 한 굴착기 기사가 구속됐다. 하지만 굴착기는 법상 자동차로 인정되지 않아 가해자를 가중처벌할 수 있는 이른바 ‘민식이법’과 ‘도주치사’가 모두 적용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받는 50대 굴착기 기사 A 씨에 대해 “도주우려가 있다”며 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7일 오후 4시경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 편도 2차선 도로를 달리던 굴착기가 보행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B 양(11)과 C 양(11)을 덮쳤다. 운전자인 A 씨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신호가 들어왔지만 이를 무시하고 직진으로 주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별다른 조처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가 3㎞가량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고로 B 양이 숨지고 C 양이 다쳤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를 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스쿨존 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 적용을 검토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굴착기의 경우 민식이법이 규정하는 자동차나 건설기계 11종에 포함되지 않아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사)혐의도 적용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이 사건에 민식이법과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하면 A 씨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신 A 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적용했다. 이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사고 후 미조치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스쿨존에서 인명 사고를 낸 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음에도 가중처벌되지 않는 것을 두고 ‘입법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굴착기 등 현행 법에서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에도 부주의 등으로 사고를 내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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