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의 크기가 곧 ‘경제 규모’
아파트-자동차 등 재산 아니라 특정 기간 산출된 소득으로 결정
경제 규모 측정 지표 ‘국내총생산’
상품의 가치 창출-향상시키는 노동-자본 등 생산 요소로 측정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많은 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각종 기관 및 매체가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은 그 나라의 경제 규모가 전년에 비해 커졌는지 작아졌는지, 커졌다면 몇 %가 커졌는지를 측정한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경기 침체를 탈출할 비법이 간단할 수도 있겠습니다. 바로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 규모란 무엇일까요.
○ 경제 규모는 ‘재산’ 아닌 ‘소득’으로 파악
경제 규모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돈이 얼마나 있는지를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흔히들 ‘그 집은 부잣집이야. 땅이 몇 평 있고, 아파트가 몇 채, 자동차는 뭐고…’ 이런 식으로 개인의 경제력을 평가합니다. 반면 ‘그 집 부부의 근로 소득은 얼마고, 재산 소득은 얼마…’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전자처럼 말한다면 일상적인 잡담을 하는 것 같지만, 후자처럼 말한다면 몰래 그 집 사정을 염탐하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제 규모의 정확한 의미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에 가깝습니다. 전자는 ‘저량(stock)’에 해당하는 재산 혹은 자산이고, 후자는 ‘유량(flow)’에 해당하는 소득입니다.
한 가지 더 비유적인 예를 들겠습니다. 어느 학교의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는지를 조사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나는 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책이 몇 권인지를 조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책을 얼마나 많이 대출해 가는지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어떤 조사가 학생들의 독서량을 보다 정확하게 알려줄까요? 당연히 소장한 책이 몇 권인지가 아니라 책을 몇 권 대출하는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이 몇 권 있는지에 대한 답은 매우 쉬운데, 책을 몇 권 대출했느냐에 대한 답은 조금 어렵다는 점입니다. 책이 몇 권인지는 도서관에 가서 하나씩 세어보면 됩니다. 하지만 몇 권을 대출했는지에 대한 답을 하려면 추가 질문이 필요합니다.
바로 ‘얼마 동안 대출한 것이냐’라는 기간의 특정이 그것입니다. 한 달인지 한 학기인지 1년인지를 특정해야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간을 정해야 그 양을 말할 수 있는 수치를 유량이라고 합니다. 반면 기간을 정하지 않아도 그 양을 말할 수 있는 수치를 저량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장마로 강우량이 많았습니다. 강우량은 유량일까요, 저량일까요? 날씨 뉴스에서는 ‘시간당 160mm의 물 폭탄’ 등으로 표현합니다. 한 시간이라는 기간을 특정하고 있어 유량에 해당됩니다. 가계 부채가 3000조 원을 넘었다고도 합니다. 가계 부채는 기간을 특정하지 않아도 파악되는 것이니 저량입니다. 이 외에 재산, 물가, 금리, 환율, 주가, 외환보유액은 저량이고 소득, 매출, 비용, 수출, 수입, 국제 수지는 유량입니다.
○ 한 나라의 경제력은 생산의 합계
경제 규모는 경제력의 크기입니다. 경제력은 얼마나 돈을 잘 버는가로 단순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재산이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재산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 규모는 재산이 아니라 소득이라는 유량으로 측정합니다. 대표적인 경제 규모 측정 지표는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GDP)입니다. GDP는 일정 기간 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합한 것을 의미하며 보통 1년을 기준으로 측정합니다. 그런데 왜 소득이 아니라 생산을 측정할까요.
여기에서 ‘생산’은 가치를 창출하거나 증대시키는 활동을 말합니다. 상품을 만드는 제작 과정뿐만 아니라 운송, 판매, 광고 등 그 상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모든 활동이 생산에 해당합니다.
어떤 사람은 상품을 설계하거나, 부품을 조립하는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생산에 참여하고, 어떤 사람은 그 회사에 공장용이나 사무실용 건물을 임대해 주면서 생산에 참여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그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면서 생산에 참여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생산을 위해 제공하는 것들(노동력, 건물, 자금 등)을 생산 요소라 합니다. 특히 노동, 토지, 자본을 생산의 3요소라 합니다. 그리고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 대가로 돈을 버는데 이를 소득이라고 합니다. 노동을 제공한 사람은 근로 소득(임금)을 받고, 토지나 건물을 제공한 사람은 임대 소득(지대)을 받습니다. 자금을 제공한 사람은 이자 소득(이자)을 받게 됩니다. 생산 활동으로 창출된 가치는 생산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집니다.
물론 그게 어떠한 비율로 나누어지느냐는 그 사회의 경제 논리 혹은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됩니다. 다만 생산된 총가치와 분배된 총소득은 같습니다. 즉, 한 나라의 사람들이 1년 동안 벌어들인 모든 소득은 GDP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GDP를 보면 그 나라의 경제 규모와 경제력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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