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여배우가 여행지에서 아들과 찍은 사진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5세 아들이 알몸으로 찍은 뒷모습 컷이 문제였다. “아이가 커서 보면 기분이 어떻겠느냐”는 비난이 쇄도하자 배우는 사진을 삭제했다. 요즘은 아이 사진을 잘못 올렸다가는 몰지각한 ‘셰어런팅’으로 비난받기 십상이다.
셰어런팅은 ‘육아(parenting)’를 ‘공유(share)’한다는 뜻의 합성어로 아이를 키우며 찍은 사진과 영상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뜻한다. SNS에 익숙한 젊은 부모들은 자녀가 먹고 자고 웃고 떼쓰는 모든 일상을 ‘파파라치’처럼 따라붙어 찍고 공개한다. 영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은 걸음마를 배우기 전부터 ‘디지털 흔적’을 남기기 시작해 5세가 될 무렵이면 약 1500개 이미지의 주인공이 되어 온라인을 떠돌게 된다.
셰어런팅은 부모에겐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행위지만 아이에겐 사생활과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셰어런팅을 통해 공개된 어릴 적 기행이나 병력 정보들이 입시 취업 결혼을 앞둔 자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금의 청소년이 2030년경 당하게 될 신원 도용 범죄의 3분의 2는 셰어런팅으로 인한 것이며 피해 규모가 연간 9억14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라는 경고도 나왔다. EBS는 셰어런팅이 유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큐를 방송한 적이 있다. 셰어런팅에서 아이의 동선과 정보를 파악한 낯선 여성이 “돌잔치 때 필통 집었지?” 같은 질문으로 아이를 안심시켜 따라 나서게 하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해외에선 셰어런팅이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호대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은 17세 미만의 ‘잊힐 권리’, 즉 개인정보 삭제 요청권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프라이버시법에 따라 자녀의 동의 없이 이미지를 공개했다가는 징역 1년이나 4만5000유로의 벌금형을 각오해야 한다. 영국도 개인정보법에 자녀가 셰어런팅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셰어런팅은 자녀가 디지털 정체성을 스스로 형성해갈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기술이 나와 무심히 올려놓은 부스러기 정보들을 악용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자녀에게 ㉠‘디지털 문신’을 남기는 일에는 극히 신중해야 한다.
동아일보 7월 12일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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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무분별한 셰어런팅은 아이가 범죄에 노출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어.
② 셰어런팅은 아이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행위야.
③ 해외에선 이미 셰어런팅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있어.
2. 윗글의 ㉠‘디지털 문신’의 의미를 올바르게 추론한 경우를 고르세요.
① 문신처럼 몸에 있는 흔적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에 남기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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