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계약정원제’ 도입 추진에 “수도권 대학 정원만 늘려줄수도”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7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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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 ‘계약정원제’(가칭)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지방대들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만 늘려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기부는 업무보고에서 반도체 등 인력난 해소가 시급한 첨단산업 분야에 한해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려주는 계약정원제 도입을 교육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특정 대학의 전자공학과 정원만 한 해 10% 늘리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계약정원제가 도입되면 대학이 기초교육을, 기업이 응용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계약정원제는 정원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정원 제한 규제를 우회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수도권 대학의 총 입학 정원을 제한하고 있어 특정 학과의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과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

지방대들은 계약정원제 도입이 결국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각 기업들이 반도체 등 첨단분야 계약학과를 설립하길 원하는 대학은 주로 서울 등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계약정원제 또한 기업과의 협약에 의해 정원을 늘린다는 점에서 계약학과와 본질적으로 같다. 다른 학과 정원을 조정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첨단학과 조정을 늘려주게 되면 결국 수도권 대학 정원이 순증하는 셈이다.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면 지방대는 등록률이 줄어드는 등 타격을 입게 된다.

한 지방대 총장은 “이전부터 수도권 순증은 안 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면서 “지방대 시대를 열겠다고 하는데, 지금 지방대 중에서는 반도체를 할 수 없는 대학들도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고민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의 기반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에서는 인력을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방대들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지방대 총장은 “지방에 첨단산업단지를 설립하거나 인근 대학들 간의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지방대가 첨단분야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에 매몰돼 인재 양성을 위한 전체적인 구상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계약정원제는 계약학과 설립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될 예정”이라며 “운영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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