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취약 시설물 630개…부산 70개-경기도 102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8일 11시 35분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호주와 동남아에서는 폭우로 수백 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도 예외일 수는 없는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대책 마련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호우특보가 발효되는 등 많은 비가 내리면서 팔당댐 일부 수문이 개방된 30일 오전 서울 잠수교 남단에서 경찰이 한강 수위 상승으로 잠수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22/06/30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호우특보가 발효되는 등 많은 비가 내리면서 팔당댐 일부 수문이 개방된 30일 오전 서울 잠수교 남단에서 경찰이 한강 수위 상승으로 잠수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22/06/30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런 가운데 최근 10년 간 국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의 대부분이 호우와 태풍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앞으로 친환경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시스템을 가동하더라도 강수량이 최대 20% 이상 증가하고, 이로 인해 피해가 우려되는 안전 취약 시설물이 전국적으로 630개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연구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비한 안전취약시설물 분석 및 관리방향 연구’)를 최근 발행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대형화하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시설물 관리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 국내 자연재해 대부분은 호우와 태풍 피해
18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2011~2020년) 국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액은 4조4200억 원, 복구액은 11조683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액과 복구액이 각각 93.2%, 96.9%를 차지했다.

문제는 앞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 기후변화 전망을 고려할 때 호우로 인한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규모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시스템을 운영할 때와 화석원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 확대 방식을 고집할 때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 실현 경제시스템이 가동되는 상황에서는 1일 강수량은 단기(2021~2040년)적으로는 17.7%, 장기(2081~2100년)적으로는 20.6%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무분별한 개발 확대 방식을 따를 경우 단기적으로는 17.3%에 머물지만, 장기적으로는 39.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역적으로 수도권과 제주도, 전라권에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산업연구본부 이종소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한 경제시스템을 가동하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과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시설물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자연재해에 취약한 시설물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자연재해 취약 시설물 630개…부산 70개로 최다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함에 따라 부산지역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10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2020/08/10 동아일보DB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함에 따라 부산지역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10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2020/08/10 동아일보DB
국토교통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으로 전국의 주요 시설물 15만6687개 가운데 안전 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시설물 평가등급 D,E를 받은 곳은 모두 630개이다. 이 가운데 231개는 안전취약시설물이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즉각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E등급 시설물도 46개에 달했다. 시설물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수치이다. 유형별로는 도로교량(19개)이 가장 많았고, 공동주택(12개)과 다중이용건축물(8개)도 적잖았다.

630곳을 지역별 상황을 특별·광역시별로 보면 부산이 70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59개) 광주(12개) 울산(11개) 인천(10개) 대전(5개) 대구(1개)의 순이었고, 세종은 아예 없었다. 도별로는 경기가 무려 102개에 달했고, 전북(67개) 충남(66개) 강원(59개) 경북(54개) 등도 50개를 넘었다. 이어 전남(48개) 경남(35개) 충북(27개) 제주(4개)의 순이었다.

시설물 종류별로 보면 공동주택을 포함한 건축물이 389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교량도 203개나 됐다. 이어서 절토사면(16개) 하천(10개) 항만(3개) 댐 상하수도 옹벽(각 1개)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터널은 한 곳도 없었다.

● 시설물 관리 방안에 기후변화 상황 반영해야
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9일 오전 경기 용인시 용인서울고속도로 동탄방면 하산운터널 인근 옹벽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보고서는 이같은 분석결과와 안전취약시설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방지역 A시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두 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우선 앞으로 시설물 관리에서 기후상황을 고려한 관리방향 수립을 촉구했다. 현재는 시설물의 성능평가와 성능개선 시 상태안전성능, 구조안전성능, 내구성능, 사용성능 등만 고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후변화와 국토공간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시설물 관리 방향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경우 도시·군 기본계획, 시설물 유지관리 계획, 예산 상황 등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한 여건이 모두 달라서 일괄적인 지침만으로는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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