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사합의 있다면 개별계약해도 임금피크제 적용”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18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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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합의가 있었다면 개별 연봉계약을 맺었더라도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경우인데, 대법원은 정년보장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5월12일 A씨 등 19명이 지역의 B공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공단은 2015년 9월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정년(만 60세) 이전 3년 중 1차년도 5%, 2차년도 20%, 3차년도 15%의 임금을 감액한다는 것이 골자다.

B공단은 ‘정년도래 3년 전부터 적용하며, 임금감액 동의서를 징구한다’는 취지로 취업규칙을 정비했다. 이후 근로자들을 상대로 임금감액 동의서를 받는 등 임금피크제 실행을 준비했다.

A씨 등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임금감액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았고, B공단은 이들과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임금피크제 규정을 적용해 감액된 임금만 지급했다.

이에 A씨 등은 임금피크제가 무효이고,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그보다 유리한 연봉계약을 맺었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임금이 부당하다는 취지이다.

변론과정에서 B공단 측은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고 맞섰다. A씨 등과 맺은 연봉계약은 연봉계약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지만,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일 경우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임금을 지급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1심은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해도 고령자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또 연봉계약의 의미는 B공단의 해석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도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에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무조건 무효인지, B공단 임금피크제가 고령자보호법 위반인지, 연봉계약의 의미가 임금피크제를 배제하고 그보다 유리한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은 “임금피크제라는 이유만으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또 연봉계약의 의미도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계약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해 A씨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은 지난 5월26일 C씨가 전자부품연구원(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은 이 판결에서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대우할 필요성이 없거나, 다른 처우를 제공해도 그 방법과 정도가 적정하지 않은 경우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 제시했다.

구체적 기준으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목적의 타당성 ▲적용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삭감에 대한 다른 조치의 도입 여부 및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줄어든 돈이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 등을 제시했다.

대법이 개별 사건별로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합리적 이유에 따른 차별인지를 심리해야 한다고 설시하면서 하급심들은 이 기준에 따라 임금피크제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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