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옛 아카데미극장 건물 전면부 보존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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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매표소, 2층 영사기 있던 곳
공주시장, 시민들의 근대 건축물 보존 여론에 철거 앞두고 전격 지시

충남 공주시 반죽동의 옛 아카데미극장. 공주학 아카이브캡처
충남 공주시 반죽동의 옛 아카데미극장. 공주학 아카이브캡처
최원철 충남 공주시장이 전임 시장 시절 완전 철거 결정이 내려졌던 옛 아카데미극장의 건물 전면부를 보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최 시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옛 아카데미극장은 공주 근대 문화의 상징적 건축물이기 때문에 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며 “핵심인 건물 전면부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건물 전면부는 2층으로 1층에는 매표소와 출입구, 2층에는 영사기가 있었다. 옛 아카데미극장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공주시 집행부는 옛 아카데미극장이 포함된 중학동 도시재생사업을 벌이면서 노후화와 안전 등을 이유로 전체를 철거한 뒤 새 건물을 지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김정섭 전 공주시장과 공주 출신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월 25일 공식적으로 ‘(구)아카데미극장 이별식’까지 가졌다. 당시 새로운 건물을 신축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철거는 초읽기 상태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보존을 원했다. 취임 후 현장을 방문한 최 시장은 “마카오의 성 바울 성당은 전면부 정도만 남았는데도 보전하지 않았느냐”며 “비용에 구애받지 말고 건물 전면부라도 보전하라”라고 지시했다.

성 바울 성당은 1835년 대형 화재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되고 전면부와 일부 벽면, 계단만 남았다. 하지만 남아있는 건물을 잘 보존한 결과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마카오 최대의 관광지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공주시는 보존을 전제로 건물 전면부에 대한 연구용역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관람석과 스크린이 있던 건물 후면부는 철거 후 기존 방침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최 시장은 “부수고 철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포클레인으로 푹 찍으면 한순간에 끝이 난다”며 “위험 등급이 높은 만큼 보존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가치 있고 유서 깊은 건축물은 보존해야 한다. 경제 논리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기영 충남도의원(제2선거구)은 “공주시의회 부의장 시절인 2020년 9월 시가 옛 아카데미극장 철거 문제를 들고나오기에 도시재생사업은 시민들의 추억과 애환, 역사적 가치에 의미를 둬야 하기 때문에 보존할 것을 주문했었다”며 “시의 보존 결정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주에는 중앙극장, 호서극장을 포함해 3개의 극장이 있었는데 이 중 중앙극장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다. 그동안 근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선교사 가옥, 제일은행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공주의 역사를 간직한 공주의료원도 2019년 철거됐다. 이번 최 시장의 옛 아카데미극장 건물 전면부 보존 결정이 이 같은 기존 흐름을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옛 아카데미극장은 공주의 근대사와 함께해 왔다. 공주 부호 김갑순이 1913년(추정) 신축한 금강관이 모태가 됐다. 김갑순이 1931년 화재로 소실된 금강관을 이듬해인 1932년 신축해 공주극장이라고 개명한 소식이 동아일보 1932년 1월 22일자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충남 공주 주민의 유일한 오락기관인 금강관이 금춘에 화재로 전소되었든 바 공주읍 부호 김갑순 씨가 육천원의 거액으로…기공하야…불원간 낙성식을 거행하리라는데 명칭은 공주극장이라 한다.” 공주극장은 1943년 현재 위치에 신축돼 공주 근대 문화생활의 중심 역할을 담당해왔고, 이후 아카데미극장으로 개명됐다.

#공주#아카데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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