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뿐 아니라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가 있는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를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행위도 주택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기, 주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2020년 인터넷 주택청약에 필요한 공인인증서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인터넷 ‘맘카페’에서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 요건이 있는 사람들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무주택자 등의 요건을 갖췄으나, 경제 사정으로 분양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입주자 저축증서(청약통장, 주민등록등본 등 청약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매입한 것이다.
A씨는 이렇게 매입한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팔기 위해 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청약통장만 있으면 높은 순위로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임신확인서나 재직증명서를 만들었다는 게 공소사실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A씨는 청약통장 등 각종 서류를 4명에게 팔아 4억6000만원을 받아낸 혐의가 있다. 수사기관은 A씨에게 주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주택법 65조는 주택 공급을 위한 입주자저축 증서를 양도·양수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밖에 A씨는 술에 취해 운전을 하거나 다른 피해자로부터 2365만원을 받아낸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주택의 공평하고 효율적인 공급을 저해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들도 청약통장을 매수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려고 했던 것이므로 범행 발생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공인인증서는 주택법상 양도·양수가 제한된 증서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해당 혐의에 관해선 무죄 판결했다.
2심도 “주택법에서 규정하는 증서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면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인인증서도 양도·양수할 수 없는 입주자저축 증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전에는 현장에서 주택청약을 접수해 청약통장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청약이 보편화돼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를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즉,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주택청약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청약통장과 마찬가지로 양도·양수를 제한하는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주택법이 입주자저축 증서의 양도·양수를 금지하는 취지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에게만 인정되는 지위를 임의로 이전해 실수요자 위주의 공급질서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주자저축 증서의 양도·양수 행위에 공인인증서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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