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죽은 채 발견된 인도태평양상괭이의 배 속에서 2m 길이의 낚싯줄 뭉치가 발견됐다.
19일 제주시 한림읍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서는 제주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상괭이, 인도태평양상괭이, 남방큰돌고래 등 돌고래 3마리에 대한 부검이 이뤄졌다.
부검 결과 지난 3월 16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인도태평양상괭이의 위에서는 낚싯바늘 4개가 달린 2m 길이의 낚싯줄 뭉치와 함께 다량의 기생충과 비닐 등이 발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도태평양상괭이는 주로 동남아나 홍콩·대만 해역 등에서 서식하는 개체로 제주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생생물의학실 이성빈 수의사는 “낚싯줄이 위에 뭉쳐있어 내용물이 저류되면서 기생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면역력도 약해진 상태에서 그물 등에 걸려 죽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렇게 긴 낚싯줄이 나온 건 처음 봐서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제주시 협재해수욕장 부근에서 발견된 상괭이 역시 그물에 걸려 죽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 상괭이는 갈비뼈 등 곳곳에서 골절이 발견됐으며 임신한 상태에서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검 전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이 상괭이는 몸길이 36.5㎝인 새끼를 품고 있었다. 연구진은 당시 임신 4~5개월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소개되며 관심을 받고 있는 상괭이는 한반도 서남해에 서식하는 토종 돌고래로 사람의 웃는 모습을 닮은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
하지만 상괭이는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며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폐사한 어종이기도 하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100마리의 상괭이가 폐사했다.
이번 부검은 제주대와 서울대가 지난 1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전국 10개 대학 수의과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해양 포유류 부검 교육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부검을 통해 제주 해역에서 죽은 채 발견된 해양 포유류의 직접적인 사인은 물론 생태학적 측면을 고려한 간접적 원인도 분석해 전반적인 폐사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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