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피살 사건’ 닮은 꼴…‘NLL 폐기’ 재상고심, 28일 선고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0일 1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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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다음주 두 번째 대법원 판단을 받는다.

핵심 문건의 ‘삭제’를 둘러싼 의혹이라는 점에서 ‘北피살 공무원 사건’과 닮은 꼴로 평가되고 있어 주목된다. 다만, 백 전 실장 등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대통령기록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다르다.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일반적인 정부기관에서 삭제가 제한되는 공문서의 기준이 제시될 수 있는 사건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北피살 공무원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까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오는 28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실장 등의 재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백 전 실장 등은 2007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정문헌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국회는 해당 발언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했고, 이에 ‘사초 실종’ 논란으로 번졌다.

검찰은 옛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에서 회의록 초본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가 백 전 실장 등에 의해 삭제된 것으로 봤다.

1심과 2심은 백 전 실장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삭제된 문서관리카드는 노 전 대통령이 ‘열람’ 항목을 눌러 전자서명이 이뤄지긴 했지만, 추가 수정·보완을 지시해 최종 결재되거나 완성된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문서관리카드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결재’란 결재권자가 문서 내용을 승인하고 공문서로 설립시킨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것이며, 이 경우 서명 여부뿐 아니라 당시 결재권자의 지시사항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문서관리카드에 첨부된 회의록을 열람해 ‘내용을 한 번 더 다듬자라는 뜻에서 재검토로 한다’는 취지로 기재했고, 시스템상 ‘열람’ 항목을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결재해달라는 보고를 받고 ‘정확성을 높여 정리한 후 책임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e지원에 등재하자’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한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열람해 서명 후 결재함으로써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를 표시한 이상, 회의록이 포함된 문서관리카드는 대통령기록물이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었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첫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백 전 실장 등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건 현재 진행 중인 ‘北피살 공무원 사건’의 핵심 논란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고(故) 이대준씨 피살 정황에 대한 군의 첩보 관련 문건을 삭제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백 전 실장 등에게 적용된 혐의 중에는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가 있는데, 박 전 원장도 이와 같은 혐의로 고발됐다.

이들의 주장에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백 전 실장 등은 회의록 원본이 국정원에 있으므로 삭제 행위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 전 원장도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삭제를 해도 서버에 원본이 남아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물론 백 전 실장 등의 대법원 판결은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법리에 집중돼 있다. 회의록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그것을 파기한 백 전 실장 등을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처벌하도록 한 것이지, 대통령기록물 외에 다른 정부기관 문서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건 아니다.

즉, 박 전 원장이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첩보 관련 문건이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이 새롭게 심리해야 할 영역인 셈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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