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단절시킨 창경궁~종묘 통로, 90년만에 연결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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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종묘 궁궐담장길 오늘 개방

12년 만에 마무리된 서울 종로구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 구간. 율곡로 터널 위로 약 
8000㎡의 녹지와 함께 궁궐담장길이 조성됐다. 상공(작은 사진)에서 바라보면 종묘와 창경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서울시 제공
12년 만에 마무리된 서울 종로구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 구간. 율곡로 터널 위로 약 8000㎡의 녹지와 함께 궁궐담장길이 조성됐다. 상공(작은 사진)에서 바라보면 종묘와 창경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서울시 제공
조선왕조실록에는 임금이 종묘에서 창경궁으로 갈 때 북신문(北神門)을 이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처럼 실록 곳곳에는 종묘와 창경궁 사이 연결 통로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담장을 두고 하나로 이어져 있던 창경궁과 종묘는 1932년 일제가 ‘종묘관통도로’(현 ‘율곡로’)를 만들면서 단절됐다. 창경궁에서 종묘로 이어지는 북한산 자락을 도로 신설이라는 명분으로 끊은 것이다.
○ 90년 만에 연결된 창경궁과 종묘
창경궁과 종묘 사이 끊어진 통로가 90년 만에 연결돼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을 통해 복원된 담장 및 녹지와 새로 조성한 궁궐담장길이 22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2010년 공사를 시작한 이후 12년 만이다. 이 사업은 △일제가 허문 궁궐담장(503m) 복원 △창경궁과 종묘 사이 약 8000m²의 녹지대 연결 △궁궐담장길(340m) 조성 등으로 구성됐다.

정식 개장 이틀 전인 20일 찾은 창경궁∼종묘 보행로에는 초입부터 나무 수백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참나무와 소나무, 귀룽나무, 국수나무 등 한국 고유 수종의 녹지가 약 8000m²에 달한다. 종일 자동차가 오가는 율곡로터널 바로 위에 이 같은 숲길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숲길 옆에는 복원한 궁궐담장이 길을 따라 이어졌다. 담장은 원형이 남아있는 주변 담장 형식을 토대로 1907년 제작된 ‘동궐도’와 1931년 발간된 조선고적도 등의 자료를 참고해 최대한 원형의 모습을 되살렸다. 복원공사 도중 발굴된 기초석에 지반의 높이를 맞추고 종묘 담의 석재와 기초석 30% 이상을 재사용했다고 한다. 담장길 옆에는 공사 중 발굴한 석재 일부도 전시돼 있었다.
○ 역사·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도심
20일 서울 종로구 와룡동 율곡로 터널 상부에서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 프레스 투어가 열린 가운데 취재진들이 역사복원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0일 서울 종로구 와룡동 율곡로 터널 상부에서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 프레스 투어가 열린 가운데 취재진들이 역사복원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궁궐담장과 함께 사라진 ‘북신문’도 복원됐다. 북신문은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창경궁에서 종묘로 향할 때 이용했던 문이다. 이날 일시적으로 개방한 북신문을 통과하니 곧바로 종묘가 눈앞에 펼쳐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정원일기 등 문헌을 토대로 규모와 형태가 가장 유사한 창경궁의 동문인 월근문(月覲門)을 참고해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북신문을 통해 오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문화재청 사이의 협의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역사복원 사업은 과거 동궐(창덕궁·창경궁)과 종묘가 연결됐던 선조들의 공간을 되돌려 조선의 역사적·전통적 가치를 회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창경궁과 종묘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에게 개방된 청와대와 국립현대미술관, 광화문광장 등이 도보로 연결됐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서울 도심이 역사, 문화, 예술, 녹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2일 공식 개장에 앞서 서울시는 21일 오후 ‘시민 개방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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