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남 양산시의 야산에서 엽사가 다른 엽사를 멧돼지로 착각해 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4월 서울 북한산 인근에서 소변을 보던 택시기사가 엽사의 오인 사격에 숨진 지 3개월 만이다. 엽사 자격 기준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이날 오후 11시경 양산시 한 야산 인근 농로에서 멧돼지 포획에 나섰던 50대 엽사에게 엽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60대 엽사 A 씨를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A 씨와 숨진 엽사는 50m 이상 떨어져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숨진 엽사를) 멧돼지로 착각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양산시로부터 유해조수 수렵허가를 받은 두 엽사는 멧돼지 출몰 신고를 받고 각각 다른 파출소에서 보관 중인 총기를 수령해 현장으로 향했다가 동선이 겹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멧돼지 오인 총격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4월 29일 서울 북한산 인근에서는 70대 엽사가 소변을 보던 택시기사를 멧돼지로 오인하고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경북 김천의 복숭아밭에 있던 50대 남성이 멧돼지로 착각한 엽사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2020년 10월 충남 청양의 야산에 멧돼지 구제를 하던 40대 엽사도 다른 엽사의 총에 맞아 숨졌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60대 이상인 엽사들이 적지 않은 만큼 총기 소지 허가의 갱신 기간을 단축하거나 재심사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유해조수 구제단이 경찰서에 보관된 총기를 받아서 나갈 때 해당 지역 내 등산객, 시민들에게 주의 문자를 발송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했다. 황정용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렵면허 취득 시 현행 하루 정도인 환경부의 실무 강습 기간을 늘려야 한다”라고 했다.
부산에서 45년째 엽사로 활동 중인 최인봉 씨(74)는 “조류를 주로 사냥하는 경험이 부족한 엽사가 멧돼지 포획에 나서면 긴장하면서 오인 사고를 낼 소지가 커진다”라며 “멧돼지 포획 자격을 별도로 부여하는 등 규제 강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야간 사냥 시 멧돼지를 좇는 엽견(獵犬) 동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엽견이 멧돼지를 발견해 좇은 뒤 엽사가 목표물을 확인 후 사격하도록 해 사고 소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 사건에서도 A 씨와 숨진 엽사 모두 엽견을 동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낮 시간대 사냥과 달리 주로 해가 진 뒤 활동하는 유해조수 구제단은 사냥개를 동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엽견 동행을 의무화해 인명 피해를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천적이 감소로 멧돼지 수가 급증해 출현이 빈번해진 데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에 따라 정부 포상금 지급 규모도 커지자 엽사들이 포획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돼지열병이 발생한 2019년 11월부터 멧돼지 1마리를 잡으면 2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 포상금까지 더해 엽사는 포상금을 마리당 30만~50만 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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