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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기료 아까워 에어컨 못 틀어”…쪽방촌 어르신의 여름나기
뉴시스
업데이트
2022-07-22 06:51
2022년 7월 22일 06시 51분
입력
2022-07-22 06:51
2022년 7월 22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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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제대로 못 걸어서 에어컨 바람 나오는 경로당도 못 가고 집에만 있제. 전기료 걱정에 냉방 장치도 빵빵하게 못 튼당게…”
지난 21일 광주 남구 월산동 쪽방촌에서 만난 백모(68)씨는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씨의 단칸방 안팎은 후덥지근했다. 비 온 다음 날이었지만, 체감 온도도 30도 이상으로 올라 찝찝함을 더했다.
백씨는 13㎡(4평) 규모 방에 마련된 의료용 침대에 누워 연신 손으로 부채질했다. 방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불을 껐다.
백씨는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경로당은커녕 방에서 3~4m 떨어진 외부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2년 전 다친 허리의 통증이 무릎까지 내려온 탓이다.
달달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1대로는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더위에 지친 백씨는 세수를 하려고 지팡이에 의지해 몸을 일으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두 걸음을 걷다 ‘아이고’ 신음을 내뱉으며 침대에 주저 앉았다.
벽 한 켠엔 올해 초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으로 장만한 에어컨이 있었지만, 백씨는 전기료 걱정에 마음 편히 에어컨을 틀지 못한다고 했다.
낮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치솟을 때만 이따금씩 에어컨을 켠다.
백씨는 “거동이 불편해 일도 못하고 기초수급비로 생활하고 있다”며 “무릎 수술비도 마련해야 한다. 전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서구 양동 쪽방에 사는 김모(67)씨의 낡은 방도 후덥지근하긴 마찬가지였다.
대문을 열자 셋 방 3곳이 연달아 붙어있었다. 김씨는 방 안 열기를 피해 마루에 앉아 연신 부채질하고 있었다.
김씨의 방 안 벽지 곳곳엔 높은 습도로 곰팡이가 슬어 있었고 이부자리엔 빛 바랜 돗자리가 깔려있었다.
16㎡(5평) 규모의 단칸방엔 선풍기 1대가 돌아갔지만 김씨의 등에는 땀자국이 선명했다.
김씨는 열대야 현상이 있던 이달 초부터 중순 사이 더위로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밤에 방충망이 없는 창문으로 벌레가 들어올까 염려해 쉽사리 문도 열어 놓지 못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밤 공기를 쐬며 인근 광주천을 걸어야 했다.
김씨는 한 달에 기초수급비 30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어 당장 에어컨을 당장 장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쿨매트나 방충망이라도 있으면 더운 날씨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에너지재단은 올해 여름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어컨 392대·선풍기 395대를 지원했다. 재단은 지자체나 각 동행정복지센터의 추천을 받아 선풍기를 추가 지원한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연간 가구 별 7만 원~13만 원의 전기료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하고 있다.
한편 광주에 내려진 폭염 주의보는 지난달 30일 이후 해제와 발효를 반복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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