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학생 보호자를 고소한 교사로 낙인찍혔다. 손자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학교를 찾은 외조모를 무단침임으로 고소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면서다. 대중의 관심이 쏠렸고 기사는 반복해서 재생산됐다. 해당 교사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A씨는 순식간에 모든 문제를 법대로 처리하려는 몰인정한 교사가 됐다. 누가, 어디서 쏘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비난의 화살이 A씨의 가슴에 꽂혔다.
#외손자를 돌보는 B씨는 최근 경찰관에게 연락을 받았다. 무단침입으로 고소를 당했으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손자의 휴대전화를 찾는 과정에서 학교를 방문했고 이후 교사와 다툼이 있었지만 고소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B씨는 혼자 조사를 받는다고 했지만 손자도 부모 손을 잡고 경찰 진술을 받았다.
교사는 왜 보호자를 고소하게 됐을까?
엉켜있는 실뭉치의 끝은 지난 5월25일에 묶여 있다. A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이 휴대전화를 분실하면서다. 다행히 휴대전화는 다음날(26일) 발견됐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동이었다. 하지만 분실물을 찾는 과정에서 교사와 보호자의 인식 차이가 드러났고 차이가 오해를 낳으면서 둘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학교서 잃어버린 물건, 누가 찾을까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5월25일 오후, 한 학생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며 학교로 돌아왔다. A씨는 학생과 함께 교실을 살폈지만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다. A씨는 해당 사실을 학생 어머니에게 전달하고 학생을 돌려보냈다.
자녀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안 보호자는 통신사에 분실신고를 하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다. 학교 인근에서 이동 기록이 확인됐다. 분실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다. 문자 옆 숫자가 사라졌다. 누군가 휴대전화를 가져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 10시, 담임교사에게 문자로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교사는 보호자가 단순 실수가 아닌 도난을 의심한다고 생각했다. 3개월 동안 함께 생활한 학생들의 얼굴이 스쳤다. 장난으로라도 휴대전화를 숨길 만한 학생은 없었다. A씨는 보호자에게 도난이 우려된다면 수사기관이 해결할 수 밖에 없다며 경찰 신고를 권유했다.
보호자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가지고 경찰 신고를 권유해 당황했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보호자는 다음 날(26일)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휴대전화 위치도 초등학교에서 확인됐다. 보호자는 교사에게 사실을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사물함을 직접 살펴보거나, 학생들에게 모두 눈을 감게 한 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학생만 손을 들게 하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보호자는 “도난 신고를 한 뒤여서 경찰이 학생들을 조사하기 전에 빨리 찾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교사는 보호자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고한 학생이 의심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교사라도 함부로 학생 소지품 등을 검사할 수 없다. 교사가 도난을 의심해 특정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신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휴대전화 분실을 학급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학생들 스스로 사물함을 확인해보도록 했다. 모두가 사물함을 확인하는 동안 휴대전화를 분실한 학생은 가만히 있었다. 전날 할머니와 살펴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A씨는 자신도 모르게 보호자가 교실에 들어 온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사물함에서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자 복도에 있는 신발주머니를 확인하도록 했다. 한 학생의 신발 주머니에서 잃어버린 휴대전화가 나왔다. A씨는 두 학생을 각자 따로 불러 안심시켰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학생은 실수로 다른 친구의 신발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은 것 같다고 답했다. 교사는 이 같은 사실을 보호자에게 전달했다. 일이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보호자의 생각은 달랐다. 교사가 분실물을 찾는데 소극적이라고 느꼈던 보호자는 자녀가 실수로 다른 친구의 신발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교사가 대답을 유도했다고 추측했다. 보호자들은 학교를 찾아갔다.
◇교권 침해, 고소…. 남겨진 학생들
교감 선생님에게 교사의 대처에 대해 아쉬운 점을 전달하고 돌아가던 보호자들은 학생들과 급식실로 이동하던 A씨와 우연히 마주쳤다. 보호자들은 아쉬움을 전달하다 언성이 높아졌다. A씨는 보호자들로부터 폭언을 듣고 삿대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로 인해 고통 받는 피해 교원을 법률적,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교원, 학부모, 지역 위원 등이 선출돼 교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보호자의 무단침입이 문제가 된 것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앞두고서다. A씨는 자신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허가없이 교실에 찾아온 사실을 언급했다. 교내 CCTV를 통해 할머니의 방문을 확인하고 영상 보관을 위해 보호자를 경찰에 무단침임으로 신고했다.
무단침입으로 신고당했다는 연락을 받은 보호자도 부랴부랴 변호사를 선임하며 대응에 나섰다. 상황을 인지한 경찰은 정식 사건 접수를 미뤄뒀다.
교권보호위원회는 보호자들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사과를 전제로 한 소통의 기회 마련을 권고했다. 피해 교원이 원치 않을 경우 서면 사과도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보호자는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호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말을 중간중간에 끊어 대화가 되지 않았다”며 “얼른 들어가시라고 하는 동작을 삿대질로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위원회 구성부터 잘못돼 있는 회의에서 나온 결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권보호위원회의 결론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A씨는 고소를 결심했다. 학교가 신속하게 담임 교체를 결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A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큰 위협을 느꼈다.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다시 학급으로 돌아가 보호자를 마주하기 어렵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학기 중 담임 교체가 힘들다. 담임 교사없이 생활할 학생들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담임 교체를 신속하게 결정할 근거가 필요했다”며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휴대전화를 분실했던 학생의 할머니가 학교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사건을 정식 접수한 경찰은 지난 7일 할머니를 불러 조사했다.
A씨는 “그래도 보호자를 고소할 수 있느냐고 비난을 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다. 많은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들과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이 생겨도 교권보호위원회 한 번 열지 않고 감내한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교사가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교사는 무조건 참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부모의 부당한 요구 등에 스스로 보호해야할 수단이 없어 고통을 겪는 교사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충남교사노조 장은미 위원장은 “교사를 향한 인격모독과 근거없는 비방의 마지막은 결국 아이들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것이기에 이 사건에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고 아이들 또한 안정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사가 존중받는 환경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호자는 “교사를 맞고소할 생각은 없다”면서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내고 했는데 대화를 거의 못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A교사는 지난 달 10일부터 병가를 내고 치료 중이다. 휴대전화를 분실했던 학생도 이번 주 등교를 하지 않았다.
영문도 모른 채 담임 선생님과 헤어진 반 학생들은 그날, 그날 대체 교사와 만나야 했다. 기간제 교사가 선임돼 함께 생활하던 학생들은 22일 방학식을 했다. 여름방학을 마친 뒤에도 학생들은 또다른 선생님과 2학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