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걸리자 “대리 안잡혀서”…측정 거부하고 질주도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3일 00시 35분


금요일 밤인 23일 오전 10시5분께 압구정로데오 거리, 경찰의 지시에 따라 20대 남성이 정장 차림으로 검정색 외제차에서 내린다. 음주 측정기에 날숨을 불어넣자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 0.031%가 나왔다. 면허 정지 수준인 0.03%를 살짝 넘긴 숫자다. 그는 “너무 아깝다”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연신 “대리가 너무 안잡혀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채혈을 원해 경찰과 함께 강남 모처 병원으로 이동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에서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가량 진행된 음주운전 특별단속에서 총 4명이 적발됐다. 2명은 면허 정지, 2명은 면허 취소(혈중 알코올농도 0.08% 이상) 수준으로 측정됐다.

서울경찰청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지난 22일부터 내달 21일까지 서울 시내 한강공원·유흥가 등 곳곳에서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주간에는 한강공원·유원지 등 피서객들이 몰리는 장소를 중심으로, 야간에는 이태원·홍대·압구정 등 유흥밀집지역에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찰의 단속이 시작된 지 1시간 가량 지났을 무렵 30대 남성 A씨가 두 번째로 적발됐다. 그의 알코올 수치는 0.074%였다. 김씨는 강남구 삼성동에서 지인 등 세 사람과 소주 반병씩 먹었고, 이후 친구를 만나러 압구정에 왔다고 했다. 그는 인적사항을 적는 경찰관을 향해 ‘면허 정지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세 번째로 단속에 걸린 40대 여성 B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96%. 면허 취소 수치다. 청담동에서 와인 2잔을 먹고 이동하려던 차에 단속에 걸렸다고 그는 설명했다.

단속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한 차량도 나타났다. 이 차량은 쫓아오는 경찰차량을 피해 로데오 부근 골목을 돌다가 끝내 도주했다. 사람이 많은 좁은 골목길을 달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현재 경찰은 경찰차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추적 중이다.

자전거·개인형이동장치(PM)등 두바퀴차도 예외없이 이번 단속 대상이다. 이날은 헬멧을 쓰지 않은 무면허 남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 21일 기준 14명으로, 전년 동 기간 대비 16.7% 증가했다. 최근 3년간(2019~2021년) 휴가철인 7월22일~8월21일까지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전월보다 4.2%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단 한번의 실수로도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중대범죄”라며 “휴가철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음주운전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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