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5시18분쯤 충북 119종합상황실에 다급한 구급 요청이 들어왔다. 신고자인 20대 A씨는 ‘운전 중 화상’을 입었다며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소방당국은 A씨가 알려준 청주시 오창읍 한 주유소 주차장으로 119구급대를 급파했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차량 밖으로 나와 하반신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확인 결과 A씨는 양쪽 허벅지에 2도 화상, 엉덩이에 1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 수포까지 올라와 있었다.
구급대는 응급처치 후 A씨를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했다.
물음표가 생기는 대목은 A씨가 화상을 입은 경위다. 차량 화재와 같은 요인으로 일어난 사고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황당(?)한 사연은 다름 아닌 ‘국수’에서 비롯했다. A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차량 운전 중 뜨거운 국수를 먹으려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릇을 놓쳤고, 국물이 허리 아래쪽으로 쏟아졌다. 곧바로 차를 세울 수 없었던 탓에 주행을 이어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A씨가 119에 도움을 요청한 이유다. 다행히 2차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차를 몰면서 ‘딴짓’을 하는 운전자가 적잖다. 전화 통화는 예사고 영상 시청, 음식물 섭취까지 한다. 모두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례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모든 운전자는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야 한다. 또 타인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방법으로 운전해서는 안 된다.
의무 위반 행위는 교통사고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에 따른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4만4830건이다. 이중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원인인 사고는 2만3987건(53.5%)이다.
문제는 해당 사고 유형은 사상자 비율도 높다는 데 있다. 실제 같은 기간 도내 교통사고 전체 사망자 972명 중 677명(69.7%)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사고로 숨졌다.
부상자 역시 전체(7만1733명) 인원 대비 절반 이상인 3만6159명(50.4%)에 달한다.
사고 특성상 운전자가 돌발 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서 사상자 비율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는 행태는 날로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요즘 들어 차량에 차선유지보조(LKAS)·주행제어(ACC)·긴급제동보조(AEBS)와 같은 첨단 장치가 장착, 사실상 자율주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는 주행 중 전방을 잘 주시하고 정해진 용법에 맞게 차량을 조작해야 한다”면서 “의무 불이행으로 사고를 내 사상자가 발생하면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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