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자매 2명과 초등학생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매가 아이들을 먼저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24일 세종남부경찰서와 세종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19분경 세종시 나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쿵 소리가 났다. 2명이 추락한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가 아파트 내에서 두 여성을 발견해 응급처치를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이 아파트에 함께 사는 박모 씨(38·여)와 박 씨의 언니(41)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동생 박 씨가 자녀와 함께 거주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오전 4시 6분경 현관문을 개방하고 진입했는데, 안에서는 자녀 2명이 모두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두 아이 모두 심정지 상태였다”고 했다. 인근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남학생과 1학년 여학생이었다. 아파트에서는 자매와 남매, 이렇게 4명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파트 내부에서 자매가 각각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쓴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내용이 꽤 길다”며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자녀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경찰의 추정이 맞다면 5월 말 전남 완도에서 조유나 양(11) 일가족 3명이 사망한 데 이어 어린 자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선임매니저는 “자녀를 본인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 부모에 종속된 존재로 보는 인식 때문”이라며 “이제는 부모가 자녀를 하나의 인격적인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아이가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유사 사건 재발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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