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가 만 5세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부부는 빚 문제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25일 오전 11시께 찾은 경기 의정부시내 한 오피스텔 7층. 이날 새벽 40대 남편 A씨와 아내 B씨가 아들 C군(5)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현관문에는 경찰의 출입 통제 테이프가 붙어있지만 파손된 문틈으로 이들의 생활을 다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집안 곳곳에는 고깔모자, 파란 미키마우스 슬리퍼, 장난감 등 유아용품으로 가득했다. 벽장에는 아이 사진으로 추정되는 액자가 보였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웃들은 깜짝 놀라했다. 평소 이들 부부가 어두워 보이기는 해도 싸우는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웃들은 B씨가 평범한 가정주부로, 아이는 항상 엄마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갔다고 했다.
옆집 주민은 현관 앞에 높여 있는 킥보드를 가리키며 “옆집 아들 내미가 타던 건데 이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면서 “왕래가 잦지는 않고 간간이 인사하던 사이였는데 이 정도로 상황이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 가족의 형편은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며 낡은 전동휠을 타고 밤마다 출근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집에만 있었다고 한다. A씨가 아침 출근시간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늦은 저녁에만 보였다는 주민들 말을 종합하면, A씨는 변변한 직장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 부부와 아들 C군(5)은 이날 오전 2시16분께 의정부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앞서 오전 1시13분께 ‘40대 부부가 자살하려 한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소방대원들과 함께 출동했다. 방 안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빚 문제 등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고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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