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청소년 대상 외국인 강사는 대졸 이상’ 학원법 싸고 갑론을박
온라인 학원 “국내 업체들만 규제… 대학생 강사 쓰는 美업체보다 불리”
“강사 학력 완화해야” 건의서 제출… 교육부 “수강생 보호에 필요” 반박
국내시장 외국에 내줄 우려 커져
“하버드, 예일 등 미국 명문대 재학생을 원어민 강사로 쓰는 미국 기업은 한국에 진출해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왜 한국산(産) 기업만 그게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국내 화상영어 스타트업인 ‘링글’은 최근 교육부에 “청소년 대상 외국인 강사의 학력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오프라인 학원만 있던 1995년 이를 ‘대졸 이상’으로 묶어 둔 것이 온라인 교육 시대에 맞지 않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사이 외국 기업이 해당 시장을 선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만 적용받는 ‘대졸’ 규제
링글은 미국 하버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 영미권 주요대 재학생을 강사로 활용해 한국인에게 일대일 화상영어 교육을 한다. 2016년 시작한 성인 대상 사업은 지난해 매출이 121억 원을 넘을 만큼 ‘확장일로’였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미래 유니콘 육성사업’ 대상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학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의 아이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최근 강습 대상을 청소년으로 확대하려던 링글은 뜻밖의 규제에 부닥쳤다.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을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는 ‘대졸 이상’이어야 한다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시행령 규정이 가로막았다. 성인 대상 외국인 강사는 ‘고졸 이상’이면 되는 것과 달라서 학생 교육에는 대학생인 기존 강사들을 활용할 수 없게 된 것.
문제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 회사들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2014년 이후 4곳의 미국 기반 온라인 영어회화 업체가 한국에서 영업 중이다. 교육부 역시 “한국 초중고교생이 미국 업체의 대학생 대면영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링글 역시 미국에 지사를 내고 한국으로 ‘우회 영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링글 공동대표는 “지방 출신으로서 읍면 단위 어린 학생들에게도 원어민과 대화하는 환경과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다”며 “한국 학생들을 가르쳐서 얻는 수익에 대한 세금을 미국에 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 “학생 보호 위해 자격 강화해야”
반면 교육부는 외국인 강사의 학력 제한을 완화하면 ‘강사의 질’ 유지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소년 대상 외국인 강사의 학력을 대졸 이상으로 설정한 것은 이를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란 것이다. 교육부는 특히 온라인 수업의 경우 강사와 학생만 연결된 환경에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제3자의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점을 규제 근거로 꼽았다. 온라인 수업 중에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격 조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교육 업계에서는 “대학 졸업자라고 해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외국인 강사의 학교나 범죄 이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는 게 더 합리적인 규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기반 교육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경쟁을 하는데 국내 기업이란 이유만으로 강사 확보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기준에 맞춘 규제들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에 따라 외국인 강사의 학력 제한을 달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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