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출제도 손으로” 해킹에 의한 고교 답안유출…교육계 멘붕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6일 14시 54분


광주 대동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답안지 유출이 교사 컴퓨터 해킹에 의한 학생들의 범행으로 드러나면서 교육계가 일명 ‘멘붕(멘탈붕괴)’에 빠진 모습이다.

고교 교사는 “이제 시험문제도 손으로 작성하고 지문 등은 가위로 오려 붙여 시험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악성코드에 대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의 A 고교 교사는 2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학생의 범행 과정을 언론을 통해 보고 충격스러웠다”며 “처음에 유출 의혹이 보도됐을 때는 시험지와 답안지가 보관된 금고 등을 학생이 열었을 것으로 추측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답안지를 빼내기 위해 교사의 컴퓨터를 해킹 했을 것으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며 “전산 시스템이 발전될 수록 보안도 강화돼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광주 대동고에서는 지난 11일~13일 2학년 1학기 기말시험이 치러졌으며 학생 2명이 6월 말께 교무실에 침입한 뒤 교사의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답안지를 빼냈다.

악성프로그램은 교사의 컴퓨터 화면이 캡처돼 자동으로 숨겨져 있는 폴더에 저장되는 방식으로 학생들은 밤 시간을 이용해 2차례 침임했다. 1차 때는 악성코드 설치, 2차 때 보관된 폴더 회수를 위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B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수법이 너무 대담해 교사들끼리도 할말을 잃었다”며 “성적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현상인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컴퓨터까지 해킹을 당하는데 이제부터는 시험문제 출제할 때 손으로 써서 특별한 공간에 보관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번 사건을 보고 교육자로서 너무 안타깝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의 학교 전산망 담당자는 “학교의 인터넷은 교육청이 계약한 업체를 통해 공급되고 있으며 자체 바이러스 프로그램과 방화벽, 외부접속 차단망도 갖추고 있다”며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교사의 컴퓨터가 뚫려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를 통해 범행 방법 등이 밝혀지면 각 학교의 인터넷 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이다”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학교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기말고사 시험지가 유출돼 학부모와 교원이 사법처리됐으며 재시험이 치러졌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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