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개 행정시로 개편 후
행정서비스 질적 저하 등 지적
다음달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구성
내년말까지 구상안 마련하기로
제주의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논의가 본격화된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존 4개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지고 제주시와 북제주군을 합친 제주시,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합친 서귀포시 등 2개 행정시로 개편된 바 있다. 그러나 주민참여 약화, 행정서비스 질 저하 등이 지적되면서 행정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해 다음 달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한 뒤 연구용역을 통해 내년 12월까지 구상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용역과 구상안 수립 과정에서 도민참여단 300명의 의사도 반영한다. 이어 2024년에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주민투표를 하고, 2026년 7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제주형’이라는 용어를 붙인 것은 기관의 형태를 달리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국내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집행기관을 맡고 지방의원이 속한 의결기관이 집행기관을 견제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기관 대립형’ 구조로 돼 있다.
반면 제주형은 ‘기관 통합형’으로 만들 계획이다. 기관 통합형은 기초의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한 뒤 기초자치단체장을 의회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다수 정당이 행정운영 권한을 갖는 일종의 내각제 모델이다.
기초자치단체 구역에 대해서는 △기존 행정시 2개 체제 유지 △특별자치도 이전 4개 단체 부활 △동·서·남·북으로 나누는 4개 단체 △국회의원 선거구를 따르는 3개 단체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5, 6개의 기초자치단체로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67만여 명의 인구수를 감안한다면 기초단체를 5, 6개 정도 만들 수 있어서다. 인구 10만 명 정도면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인구수 규모에서 중간 정도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1일 제주도의회 임시회와 12일 제주시 오라동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발전포럼’에서 “도민과 지역을 위한 고품질 행정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지 못하는 단일 광역자치단체 체제를 개선해야 제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도민이 자기결정권을 갖고 기관 구성의 형태를 달리하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행정체제를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과 함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시·군을 설치하려면 제주도는 주민투표를 정부에 요청할 수 있고, 조례를 통해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임명제 행정시장 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2019년 ‘기초의회가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확정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특별자치도 설치와 추진에 따라 4600여 건의 권한을 이양했는데, 이전의 행정체제로 회귀하는 것은 당초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되면서 ‘제왕적 도지사’라는 부정적 시각이 생겨났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도 강하게 표출됐다”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최우선 실행 공약이지만 정부 설득과 법 개정, 최적 방안 도출, 공감대 형성, 주민투표 등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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