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불법 웹소설 공유 ‘북토끼’
4억 조회 인기작부터 신작까지… 700개 작품 무단으로 올라와
웹툰 불법공유 4년새 3개→272개, 해외에 서버 둬 검거 쉽지않아
11일 네이버가 제공하는 웹소설 플랫폼 ‘시리즈’엔 인기 웹소설 ‘화산귀환’ 1288화가 올라왔다. 무림 고수가 환생해 몰락한 문파를 되살리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인 소설은 지난해 초부터 시리즈 전체 랭킹 1위를 이어온 초특급 베스트셀러. 2019년 4월부터 연재해 지금까지 누적 조회수가 3억7000만 회를 넘었고 3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독자가 이 웹소설 한 편을 보려면 일반적으로 시리즈에서 통용하는 쿠키 1개(120원)를 써야 한다.
하지만 열흘쯤 뒤인 22일 ‘북토끼’라는 이름의 사이트에는 화산귀환 1288화 무료 버전이 버젓이 올라왔다. 단순히 소설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린 게 아니었다. 원작처럼 소설 텍스트를 그대로 올린 일명 ‘텍본’이라 읽기도 편하고 복사도 가능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작품을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 5일부터 국내에서 웹소설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사이트 ‘북토끼’가 등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그간 웹툰 위주로 기승을 부리던 불법 공유 사이트들이 본격적으로 웹소설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웹소설 전용 불법 사이트가 나온 건 처음이다.
북토끼가 생긴 지 겨우 20일 정도 지났지만 이미 불법 콘텐츠는 다수 게재됐다. 26일 기준 약 700개의 작품이 무단으로 올라와 있다. 화산귀환처럼 인기를 끈 지 오래된 작품은 물론이고 비교적 최근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도 상당수다. 지난달 23일부터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소설 ‘경찰이 너무 강함’은 현재 123화를 연재 중인데, 북토끼에 벌써 83화까지 불법 복제돼 있다. 다른 웹소설 플랫폼도 예외는 아니다. ‘문피아’에서 연재하는 웹소설 ‘천재 투수가 낭만을 안 숨김’ 역시 47화까지 올라왔다.
웹소설은 정식 플랫폼에서 평균적으로 편당 100∼120원가량 지불해야 작품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토끼에서는 모든 콘텐츠를 회원 가입도 없이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북토끼 운영진은 해외에 서버를 둔 성인·도박 콘텐츠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웹소설 작가 A 씨는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로 재미를 본 범죄자들이 웹소설까지 손을 뻗친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대응 방법을 찾기 힘들어 고민이다”라고 했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에 불을 지핀 건 2018년 운영진이 검거된 ‘밤토끼’다. 당시 밤토끼 일당은 미국과 캄보디아 등에 서버를 두고 약 2년 동안 9억5000여만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웹툰 플랫폼 관계자는 “경찰에 붙잡혔지만 밤토끼가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사실이 알려져 오히려 범죄자들이 더욱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자체 파악한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는 2016년 3개 정도였지만 2020년 272개로 크게 늘어났다. 진흥원 관계자는 “2020년 기준 웹툰 시장은 1조538억 원 규모인데, 불법 사이트로 인한 피해가 5488억 원에 이를 만큼 심각하다”고 밝혔다.
웹소설도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2020년 기준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6000억 원. 현재 불법 공유로 인한 피해는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이융희 웹소설 평론가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운영하는 대형 플랫폼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해외 서버를 이용해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기 쉽지 않아도 경찰과 공조해 끝까지 추적해야 불법 사이트 범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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