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기로 한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취소됐다. ‘경찰국 설치’를 놓고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던 정부와 일선 경찰 간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소규모 회의라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6일 ‘14만 전체 경찰회의’ 확대 개최를 제안한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27일 경찰 내부망에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 자진철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김 경감은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하루 만에 회의를 철회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국회가 이러한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경감이 26일 글을 올렸을 때부터 경찰 내부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가 ‘복무규정 준수사항’을 내려 보내 단체행동을 금지한 데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경찰국을 설치하는 내용의 안건이 의결돼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 내부망에는 “정부에 경찰의 의견은 충분히 전달됐다. 어떤 결정이든 응원한다” “국회가 남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국민들 앞에서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등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고, 회의의 자진 철회 결정을 수긍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앞서 23일 총경급 회의에 참가했던 경찰들도 추가 회의 개최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이 ‘2차’ ‘3차’ 회의도 언급했지만 총경급 간부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 등에선 “1차 회의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이 장관이 25일 ‘쿠데타’ 발언을 하면서 반발이 거세지긴 했지만, 26일 국무회의 의결 이후엔 ‘자중론’이 힘을 얻었으며, 모임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총경급 회의에 참석했던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장도 이날 내부망 글을 통해 “총경회의는 입법예고 기간에 열렸으며 의견을 제시한다는 명분이 충분했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해 법령으로 성립한 이상 경찰관으로서는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며 “전국 경찰회의를 운동장 등 옥외에서 할 경우 ‘집회’가 되는 이상 신고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찰청이 모임 금지 지시를 내렸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 장관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찰회의 철회를)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오해와 갈등을 모두 풀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경찰, 국민으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는 경찰이 되기 위해 저를 비롯해 모든 14만 경찰이 합심해서 최선을 다해야할 때”라고 밝혔다. 국회 입법을 통한 경찰국 설치 철회 주장에 대해선 “가급적 내부 일을 정치 이슈화하지 말고 내부 지혜와 역량 모아서 스스로 해결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경찰관들은 여전히 회의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전국 지구대장, 파출소장 회의를 제안했던 유근창 경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시점에선 많은 인원이 모여 회의하고 목소리 높이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가벼운 행사로 우리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정도의 모임을 기획하려고 한다”며 “당초 예고된 경찰인재개발원이 아닌 다른 장소를 고려해 100명 이하 인원이 참석하는 규모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경감은 이날 내부망에 남긴 글에선 “적은 동료들이 모이더라도 14만 명이 모인 효과를 보일 수 있는 행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부터 29일까지 전국 시도경찰청에서 경감 이하 현장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제도 개선에 대해 체계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향후 경찰 운영에 취합된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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