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수배범 도주, 경찰 감시 소홀 ‘도마위’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27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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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발생한 수배범 도주사건과 관련, 경찰의 허술한 피의자 감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수갑을 채울 지 말지에 대한 판단이 전적으로 현장 경찰관에게 맡겨진 상황에서 도주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의자 관리에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께 연인을 폭행한 소위 ‘데이트 폭력’ 혐의로 체포된 A(37)씨가 조사를 받던 중 휴식시간을 틈타 파출소 담을 넘어 달아났다.

오전 5시15분께 이같은 사실을 보고 받은 광산경찰서는 폐쇄회로(CC)-TV 등으로 동선을 추적해 도주 7시간 만인 오전 10시55분 파출소로부터 2㎞ 떨어진 한 아파트에 숨어 있던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음주운전과 사기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A씨는 도주 당시 수갑과 같은 최소한의 속박도구가 사용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로 인해 비교적 손쉽게 도주가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갑을 반드시 사용하라는 의무 조항은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체포 지침 상 수갑 착용과 관련한 대목에서 피의자들을 ‘수갑을 채울 수 있는 대상’과 ‘수갑을 채울 수 없는 대상’으로 나누고 있다.

A씨의 경우 현행범이면서 동시에 수배령이 내려졌던 상태여서 ‘수갑을 채울 수 있는’ 대상에 해당하지만, 지침상 의무 근거가 없어 착용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갑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여서 그만큼 더 신중한 감시가 필요했지만, 현장 상황은 그렇지 못했고 결국 도주극으로 이어졌다.

A씨가 경찰조사를 받던 중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하자, 경위급 직원이 감시 차원에서 함께 외출했지만 이 과정에서 도주를 방지할 만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단순동행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수갑 사용 여부를 전적으로 현장 판단에 맡기기 보다 좀 더 명확한 매뉴얼과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한편 광산경찰서는 이번 사건을 피의자 감시소홀에 따른 도주사건으로 간주, 현장 근무자들의 근무기록과 도주 전후 상황 등을 조사중이다. 업무상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징계위원회도 소집할 방침이다.

일선 경찰서 한 관계자는 “피의자 인권이 중시되면서 수갑 사용이 권고사항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A씨가 단순 폭행 피의자인 점에 근거해 안이하게 수갑을 채우지 않았고 나아가 감시 부주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수갑 사용 근거가 좀 더 명확해져 현장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면 관련 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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