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 논란’이라는 험로를 걷고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54·경찰대 7기)가 8월4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대응방안을 본격 점검하고 있다. 윤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취임하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하는 첫 치안총수가 된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에서 경찰국 신설 논란과 관련지어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대 출신인 윤 후보자가 최근 불붙은 ‘경찰대 불공정 논란’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피할 수 없는 ‘경찰국’
28일 경찰에 따르면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김순호 단장(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치안감)과 김성희 부단장 (경북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무관), 이영철 정책개발팀장(구로경찰서장·총경), 백남익 신상대응팀장(서울경찰청 1기동단장·총경)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윤 후보자는 그간 일선의 경찰국 반발에 대응하느라 청문회 준비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김창룡 전 경찰청장의 사퇴로 그는 청장 대행을 수행하며 내부 수습에 골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문회 일정이 7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윤 후보자와 준비단은 핵심쟁점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특히 행안부가 31년 만에 사실상 경찰국을 부활시키는 내용의 시행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경찰국에 반발해 오는 30일 개최하기로 예고됐던 전국 14만 경찰회의는 취소됐으나 일부 경찰관은 지구대·파출소장 회의를 강행한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있다.
경찰국은 두 달간 경찰 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된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국은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닿아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가 경찰국에 어떤 입장인지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임 김창룡 청장 당시 경찰국에 반대한다는 선명한 입장을 내놨던 것과 달리 경찰청은 윤 후보자 대행체제 후 사실상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야당은 이 대목을 추궁하기 위해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자는 “새 정부가 막 출범한 만큼 현실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고집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찰의 독립성은 지키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이 행안부 경찰국 국장을 맡게 된 것은 윤 후보자가 이상민 장관 등에게 경찰의 입장을 적극 피력해 얻은 결과로 평가한다. 현재 경찰국장으로는 김순호 경찰청 안보수사국장(치안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경찰의 집단반발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자의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유의 경란으로 불리는 전국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 조처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경찰대 불공정 논란’에 어떤 입장일까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제기한 ‘경찰대 불공정’ 논란에 경찰대 출신을 중심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있어 ‘경찰대 출신’ 윤 후보자가 어떤 의견을 낼지도 관심사다. 현재 행안부는 매년 경무관 승진자 가운데 순경 등 일반 출신을 현행 3.6%에서 20%까지 확대하기 위해 복수직급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잡았다.
이 장관은 지난 26일 “경찰대가 고위 경찰인력을 양성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 경위(7급 공무원)부터 출발한다는 데 우리 사회의 불공정이 있다”며 “특정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남들보다 훨씬 앞서서 출발하고,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도저히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자를 향한 내부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치안총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경찰국 논란에 시달리는 윤 후보자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길 정도로 그는 리더로서 자질이 충분한 사람”이라며 “호방한 성격으로 후배들을 잘 챙기고 경찰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청의 다른 관계자는 “논란 대응 과정을 보면서 과연 적임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안의 엄중함을 실감하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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