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서초구 서리풀 악기거리의 한 공방. 초등학교 4학년 김채원 양(10)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이올린 앞판을 돌려가며 살폈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바이올린 장인이 몇 가지 조언을 했다. 김 양은 실제 악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기구를 이용해 사포질도 하고, 부품을 고정시키며 악기를 조금씩 완성했다. 악기가 완성되면서 김 양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이날 김 양은 서초구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마련한 ‘클래식악기 탐구생활’ 수업에 참석했다. 김 양의 어머니 김희진 씨(43)는 “아이가 바이올린을 배우는데 직접 악기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면 더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 ‘악기 역사도 듣고 체험도 하고’
수업은 세 코스로 진행된다.
먼저 악기거리에 있는 작은 공연장에서 전문 연주자가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한다. 이날 들려준 곡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 ‘아기상어’였다. 귀에 익은 음악을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다양한 악기로 한 번씩 연주해 악기의 특성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악기별 연주가 끝나면 브람스와 슈베르트의 클래식 명곡을 합주로 들려줬다.
두 번째 코스는 악기상점에서 악기 수리와 제작·복원 과정을 견학하는 것이다. 이날도 참가자들은 악기점에 들러 악기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제작·복원 과정을 지켜봤다. 학부모 장은하 씨(39)는 “전문가 수업을 듣고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악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신청했는데 함께 온 학부모들이 더 감동받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공방에서 악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을 진행한다.
회당 정원은 20명인데 서초구에 사는 초등학생만 신청할 수 있다. 7월에 4차례 수업이 진행됐는데, 모두 경쟁률이 3 대 1 이상이었다고 한다.
○ 어른들을 위한 ‘클래식다방’
‘클래식악기 탐구생활’이 초등학생을 위한 것이라면 ‘클래식다방’ 콘서트는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같은 날 오후 5시. 청중 40여 명이 클래식다방 콘서트가 열리는 악기거리의 작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룩스 목관오중주’가 드뷔시의 ‘달빛’,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다.
클래식다방은 악기거리의 소공연장을 활성화하고 연주자들에게 공연 기회를 주기 위해 서초구가 마련한 릴레이 콘서트다. ‘클래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다’라는 의미인데, 2019년 시작돼 현재까지 약 300명의 예술인이 참여했다.
올해는 이달 16일부터 10월까지 연주자 98명이 30∼200석 규모의 소공연장 15곳에서 25차례 연주할 예정이다. 연주 장르는 정통 클래식부터 재즈, 탱고, 크로스오버 등으로 다양하다. 대부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일부 공연은 1만 원 이내의 입장료를 받는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통해 구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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