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는 교실에 앉아있질 않아요”…‘만5세 입학’ 걱정이 산더미

  • 뉴스1
  • 입력 2022년 7월 31일 23시 18분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에서 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7.15/뉴스1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에서 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7.15/뉴스1
정부가 ‘만 5세 초교 입학’ 학제개편안을 오는 2025년부터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학업을 1년 일찍 시작한다는 의미를 넘어 5세아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 담임교사가 도와줄 수 있는지 같은 아주 구체적인 의문들이 제기된다.

영유아 교육업계의 수익감소, 입시경쟁의 과열, 세대간 혼란 등 민감한 문제들도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섬세한 정책 디자인이 요구된다.

31일 경남 진주시에서 2019년생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고모씨(44)는 “만 5세에 입학 할 경우에는 초등학교 이전의 유치원 등 교육 과정도 여기에 맞춰 차등을 둬야 한다”며 “단계별로 교육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우려했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한 주부(30대)는 “정부가 유아단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입학 연령을 낮춘다고 하는데 초등학교를 1년 빨리 간다고 해서 교육격차가 해소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씨(30대) 또한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학제개편이라고 했지만 학교 입학시기가 빨라지는 만큼 학부모들은 더 일찍 사교육을 시작할 것 같다”며 “아이들이 더 어린 나이 때부터 공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충남 천안지역에서 만 5세 딸을 키우고 있는 김희진(41·여)씨는 “딸이 11월 생이어서 1~2월생 친구들과 발달이나 학습 능력에서 차이가 있다”라며 “아직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유아기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학습을 시킬 경우 친구들과 비교하며 쉽게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학부모(40대)는 “만 5세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은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것”며 “이로 인해 가정의 재정적인 부담도 가중될 것 같다. 굳이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보다는 고물가 등 민생 안정에 힘이나 썼으면 좋겠다”고 알렸다.

성숙한 연령대라면 1년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반대로 미성숙한 어린이들 상황은 다르기에 서둘러 입학한다 하더라도 ‘교육격차 해소’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을 품고 있다.

여기에 학습차이를 좁히고자 일찌감치 아이에게 사교육까지 들인다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의견이다.

이밖에도 갖가지 측면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 만 두 돌이 지난 딸을 둔 A씨(30대)는 “큰 언니 딸이 1월 생이라 1년 일찍 입학 할 수 있음에도 학교생활 적응을 우려해 정상연령에 보냈다”며 “학습 격차보다 정서적 부적응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 코로나 19 상황 속, 장기간 현장수업이 이뤄지면서 교우관계 등 사회성을 키우는데 문제가 발생한 점이 있지않나 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강원 화천지역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씨(31)씨는 “아이들의 발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표고, 돌봄 문제와 경력단절로 인해 학부모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도 원하지 않는 학제개편을 누구의 요구에 의해 냈는지 매우 의아하고 황당하다”고 밝혔다.

울산 동구지역에 거주하는 학부모 정모씨(30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이상하고 당혹스럽다. 만 5세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 규칙적인 수업을 듣고 앉아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된다면 초등학교 교사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나이에 따라서 발달 단계가 있는데 연령을 높이는 것도 아니고 낮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지역에 사는 한 학부모(40대)는 “1학년 담임교사를 다들 회피할 게 뻔하다”며 “아이들 발달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고 했다.

제주 제주지역에 사는 예비아빠 A씨(30대)는 “당장 내 자녀부터 적용된다는 얘기인데 불과 2~3년 사이에 교육현장에서 이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조기 입학, 조기 졸업이 아니라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충분히 자기 꿈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교사들 역시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경기 광명지역 소재 한 초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발달수준에 맞지 않은 교육은 아이들에게 압박감만 줄 뿐”이라며 “만 6세(8세)도 학교에 적응하는데 1~2년이 걸린다. 그런데 이보다 성장발달이 덜 된 만 5세부터 입학추진을 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경기 시흥지역에서 퇴직을 앞둔 한 교사 역시 “만 5세 초교 입학을 추진하려는 것이 해외 다른 사례를 비교해 시행한다는 언론보도를 봤는데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설정돼야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이 덜 형성된 상태에서 교사의 수는 부족하고 그렇게 되면 수업진도는 아예 포기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9일 초교 입학연령 제한을 현재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 방안 등 새정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만약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시, 1949년 제정된 교육법이 76년 만에 학제가 바뀌게 된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 및 유아단계 등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에 따른 발표다.

(전국종합=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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