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A 씨가 사망한 것에 대해 지난달 30일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윤석열 대통령 관련 ‘주술 논란’을 겨냥해 “나라가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게 엮는다”고도 했다. A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 후보가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죽음을 애도하고 국민 앞에 사죄부터 해야 인간 된 도리”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 李 “악성 주술적 사고”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강원 강릉시 허균·허난설헌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당원 및 지지자와의 만남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경찰의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해서 ‘언론과 검찰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있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냐”며 “참 어처구니없다. 나는 염력도 없고 주술도 할 줄 모르고 장풍도 쏠 줄 모른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및 변호사비 대납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이 연이어 사망한 것에 대해 여권에서 “벌써 네 번째 죽음”(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저승사자 보는 듯하다”(국민의힘 김기현 의원)고 공세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
이 후보는 특히 권 직무대행을 “이 동네(강릉) 출신 권성동 그분”이라고 직접 이름을 거론하며 “제 대학 선배인데 어떻게 하면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악성 주술적 사고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 후보는 행사 마지막엔 자신의 발언을 수습하려는 듯 “민중 신앙으로서의 무속신앙을 존중한다. 일반적 주술은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전국 무속인 여러분이 희생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與 “천박하고 상스러워”
국민의힘은 즉각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고 “제1야당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 수준이 이처럼 천박하고 상스럽다는 것에 참담하기까지 하다”며 “목숨을 잃은 사람 대부분은 과거 이 의원 수하에서 이 의원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의원의 궤변과 막말에 야당 복이 있음을 실감하는 한 주”라며 “아예 ‘개딸’들과 함께 만년 야당 선포식이나 하시는 건 어떤가”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출신 윤희숙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인간 존중, 사람에 대한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의 총공세에 이 후보 측 한민수 대변인은 31일 “이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고인의 죽음마저 정쟁 도구로 활용하는 국민의힘의 행태에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며 “연이은 비극의 원인은 검경의 강압 수사다. 법인카드 사용처 129곳을 압수수색해 몇 달째 수사하는 경찰의 모습은 과거 별건 수사, 표적 수사를 일삼던 윤석열 검찰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고 했다.
숨진 참고인, 김혜경 수행비서 소유 집서 3년간 살아
배씨 모녀 신축 빌라에 혼자 거주 경찰 조사뒤 집에서 숨진채 발견 이재명 시장때 기무사 요원 활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참고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숨진 채 발견된 A 씨(46)가 약 3년 전부터 김 씨 수행비서 배모 씨(46) 소유의 집에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지난달 26일 그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배 씨와 배 씨의 어머니 손모 씨(84)는 2014년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4층짜리 빌라를 신축했다. 1층은 상가, 2∼4층은 주택 4채로 구성됐다. A 씨는 약 3년 전부터 3층에 혼자 거주했다고 한다. 인근 주민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배 씨와 A 씨가 같이 다니면서 밥 먹고 하는 걸 본 기억이 난다. 둘이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3년 전 배 씨가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가 갑자기 ‘지인이 들어와 살기로 해서 임대 안 해도 된다’면서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기억했다. A 씨가 배 씨와 임대차계약을 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A 씨는 이 의원의 경기 성남시장 재임 시절(2010∼2018년) 성남지역 정보 요원으로 활동한 전직 국군기무사령부 출신이다. A 씨는 당시 김 씨의 수행비서였던 배 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측 유족 등에 따르면 그는 약 5년 전에 이혼했다. 또 A 씨는 기무사 재직 시절 성남 국군수도병원 안에 있는 안보상담소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선 “A 씨가 이 의원 아들의 국군수도병원 특혜 입원 의혹과도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 후보의 장남은 군 복무 중이던 2014년 52일 동안 부대와 300km가량 떨어진 국군수도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국민의힘에서 ‘아빠 찬스’로 집 근처에 입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A 씨는 이 의원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2018∼2021년)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 비상임이사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규창 경기도의회 의원은 “기무사 출신으로 정보를 다루는 일을 했는데 경과원 비상임이사로 온 이유를 모르겠다”며 누군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과원 관계자는 “비상임이사 심사는 총 7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한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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