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윤석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2025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방침에 대해 40여 개 교육 관련 단체가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교사노조연맹·한국유아교육협회 등은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결성하고 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개월씩 12년 동안 앞당기는 안, 유치부 과정을 추가하는 안 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교육 시민단체 40여 곳 “5세 초교입학 철회”
이날 범국민연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하는 과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관의 보고로 논의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결론이 나고, 대통령의 ‘조속한 시행’이라는 지시로 마침표를 찍었다”며 “교육 주제를 해석하는 식의 정책 강행은 헌법에서 정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범국민연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 논리가 우선시 됐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20년 뒤에 있을 산업인력 공급 체계를 위해 만 5세 유아를 초등학교 책상에 앉혀서 공부 시켜야 한다는 것은 교육적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범국민연대에 참여한 교사노조연맹은 “유아의 놀 권리, 배움의 권리, 성장의 권리 등 아동 행복의 관점에서의 고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범국민연대는 교육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취학을 추진하는 이유로 밝힌 ‘교육격차 해소’에 대해서도 “국민들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했다. 범국민연대는 “국민들 중 누구도 교육 격차의 근본 원인을 초등 입학 연령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가 격차를 유발한다면, 만 5세를 초등학교 체계로 보내기 보다는 영유아기부터 공평하고 질 높은 교육과 보육을 공급하려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22개 유아교육 학회와 교원 단체로 구성된 한국유아교육자대표연대도 이날 성명문을 내고 “유아의 발달 특성을 무시한 정책안”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논란 커지자 “다양한 방안 고려”
유초중고교 교육 시행을 담당하는 17개 시도교육청은 지난달 29일 5세 초교 입학 정책이 발표된 이후 사흘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의무교육 대상을 만 4~5세로 확대하고, 이들의 교육과 보육을 맡는 기관의 이름을 유아학교로 바꾸자고 제안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 교육감이 입장을 정리해 이번 주 안에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정부도 대국민 설명에 나섰다. 박 부총리는 “취학 연령 하향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유치부 과정에 초중고교 12년을 더하는 방안, 13년을 더하는 방안을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며 “그것을 꼭 배제하는 것은 아닌데 우선 순위는 12년으로 가는 것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돌봄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1, 2학년은 저녁 8시까지 돌봄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 5세 아이들이 초등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의견에는 “1학년 학생들만 수업 시간을 달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학생들의 조기 공교육 편입 방침이 바뀌지는 않았다. 박 부총리는 1일 브리핑에서 “국정과제에 구체적으로 초등학교 취학 연령 하향이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우리 아이들을 조기에 공교육에 편입시켜 안전하고 질 높은 교육의 출발선부터 국가가 보장하고자 한다”며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공론화 등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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