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놓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방침과 관련,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현장 곳곳에서 집단 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선현장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며 즉각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2일 자녀 둘을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A씨(36·경기 화성시 반송동)는 “정부가 발표한 학제개편안은 저희 같은 맞벌이 가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며 “돌봄교실도 모자란 판에 입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소리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초등생 자녀를 둔 B씨(37·수원시 권선구)는 “만 5세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 규칙적인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입시경쟁과 사교육의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을 뿐”이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학부모 C씨는 “국민과 협의 없이 졸속으로 정할 정책이 아니다”며 “민주시민이자 엄마, 교사로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놀이하며 배울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한다”며 반대서명 동참을 독려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대통령은 부모들의 속을 뒤집어 놓고 이 와중에 휴가를 갔다고 한다”며 “적극적으로 반대 민원을 낼 예정”이라고 분노했다.
교원단체들사이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경기교사노조는 “아이들은 나이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교육을 통해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며 “그러나 이번 정책에서 아이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산업인력으로 치부되고, 교육의 가치와 신념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도 만 5세에 조기입학이 가능함에도 학부모들이 조기입학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며 “모르면 물어봐야 하며, 만 5세 취학정책을 내놓기 전에 초등 입학 후 적응문제 및 유아기 월령 차이와 만 5세 취학에 대한 적합성 연구결과를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덧붙였다.
송수연 경기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육은 미래 일꾼을 키워내는 일이 아닌, 인간답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인간의 내면을 채워가는 일”이라며 “유아기의 정서 발달은 평생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내 “만 5세 초등 취학은 경제논리만 앞세워 유아의 특성과 발달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히려 조기 사교육만 조장하고 유아의 행복권을 박탈할 것”이라며 “학부모와 교육계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학제개편 추진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1만662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만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89.1%가 ‘매우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한다‘고 응답한 5.6%을 합하면 반대 비율이 94.7%에 달한다. 찬성 의견은 5.3%에 불과했다.
반대 이유로는 절대다수인 82.2%가 ’아동의 정서 등 발달단계와 교육과정 난이도 등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어 ’학령기가 중첩되는 데 따른 교사, 교실 확충 등 여건 개선 요인도 고려되지 않았다‘(5.3%) ’취학시기가 겹치는 유아의 경우, 진학과 입시, 취업 등에서 부담이 크다‘(4.1%) 순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초등학교 입학 연령에 대해서는 현행처럼 ’만6세‘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85.2%로 가장 많았고, ’만 7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9.0%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하는 ’만5세‘라고 응답한 비율은 4.6%에 그쳤다.
교총에 따르면 이번 긴급 설문조사에는 단 3시간 만에 유치원 교원 4106명과 초등 교원 3715명 등 1만662명이 참여했다.
교총은 “교육부 장관이 국민 설문조사 등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교육현장의 정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조기 사교육만 초래하고 유아의 행복권을 박탈하는 만5세 초등 입학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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