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1·여)는 최근 며칠 열대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켜고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면 두통을 느끼기 때문에 2~3시간 정도 타이머 예약도 걸었다. 하지만 에어컨이 꺼진 새벽 3~4시쯤 급격히 방 안이 더워지면서 김씨는 번번이 잠에서 깨야 했다. 에어컨을 켤지, 창문을 열고 잘지 고민하다가 결국 더 잠들지 못하고 출근하기 일쑤였다.
열대야가 일주일째 지속되면서 밤잠을 설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태풍으로 많은 비가 내리며 일시 기온이 내려가기도 했지만 되레 습도를 높여 좀처럼 열대야가 물러갈 조짐이 안 보인다.
김씨는 “한낮에는 예년보다 더위가 심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래서인지 밤에 느끼는 더위가 더 크게 다가온다”고 털어놨다.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37·여) 역시 열대야 때문에 밤마다 고생이다. 김씨는 “낮에 에어컨을 켜는 시간이 많다 보니 밤에라도 좀 꺼야겠다고 싶어서 가동을 멈추면 아이들이 바로 잠에서 깬다”며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예 점심시간을 이용해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는 직장인들도 많다. 서울 강남구 직장인 박모씨(35)는 “점심을 대충 때우고 회사 휴게실에 있는 침대에서 낮잠 자는 게 요즘 삶의 낙”이라며 “집보단 회사가 훨씬 시원하다”고 밝혔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는 지난 7월26일부터 1일까지 7일 연속으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새벽에도 서울의 최저기온이 26.5도를 기록했다. 열대야는 당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도로 유지되는 현상이다.
올해 첫 열대야는 평년보다 이른 6월26일에 시작돼 7월6일까지 6차례 나타났다가 이후 한동안 잠잠했다. 하지만 더위가 정점에 이르는 휴가철을 맞이하며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만 최근 이틀간의 열대야는 최고기온이 33도 이상(폭염특보) 올라갔다가 그 열기가 밤에도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하는 일반적인 열대야와는 다르다.
이번 열대야는 최근 연이어 한반도로 다가온 태풍과 무관치 않다. 태풍과 함께 적도 부근에서 밀려들어 온 고온다습한 공기가 흐리고 습한 환경 속에서 밤사이 제대로 식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흐린 대기로 인해 햇빛이 차단되고, 비가 더위를 식히면서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지 못했다”면서도 “밤사이 기온이 식으려면 하늘이 맑고 대기가 건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열대야가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열대야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최저기온은 이번주 내내 26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보됐다. 앞으로 열흘간 전국의 최저기온 역시 23~27도 수준으로 전국에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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