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부대에서 여군 부사관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공군부대에서 여군 하사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에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A준위가 B하사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 A준위는 B하사에게 “집에 보내기 싫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면 좋겠다” “나랑은 결혼 못하니 대신에 내 아들이랑 결혼해서 며느리로서라도 보고 싶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또 A준위는 안마해준다는 핑계로 피해자의 어깨와 발을 만지고 회식 장소에서 추행하기도 했다.
A준위는 B하사가 성폭행 상황을 피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할 때면 “나만 믿으면 장기복무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의 말을 들을 것을 강요하고 피해자가 통상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서 배제하며 불이익을 줬다.
이어 A준위는 지난 4월3일에 B하사를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숙소에 있던 C하사에게 억지로 데려가 근무기피 목적으로 C하사의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고 하거나 손등에 C하사의 침을 뭍여 핥으라고 하는 엽기적인 방식으로 희롱했다. 또 C하사가 마시던 음료를 마시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결국 B하사는 어쩔 수 없이 음료를 마셨고 3일 뒤에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후 B하사는 지난 4월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A준위를 신고하면서 고소 의사를 밝혔다. A준위는 다음날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군사경찰대에 입건됐고 같은 달 26일 구속됐다.
A준위는 구속될 때까지 B하사에게 “내가 죽으면 너도 힘들어진다” “진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27회 전송해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B하사는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격리숙소를 방문했을 당시 A준위는 B하사가 격리 하사의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는 지시를 거절하자 자신이 직접 넣었는데 이를 해당 격리 하사가 B하사를 피의자로 오해해 고소한 것이다.
또 B하사는 격리숙소 방문으로 주거침임과 근무기피 목적 상해죄로 수사받았고 현재 사건은 기소의견으로 공군 검찰단에 송치된 상태다.
신고 이후 해당 부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부대 소속 D원사는 B하사를 두고 “버릇이 없다”며 험담하고 성추행 피해 사실을 듣고도 신고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가해자 A준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지난 6월 B하사는 D원사를 신고했지만 명예훼손이나 2차 가해는 분리조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해 현재까지 청원휴가를 쓰며 스스로 분리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공군 15비는 성추행을 겪었던 이예람 중사가 전출 온 부대로 전출 후 2차 피해를 겪은 곳이기도 하다”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부대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엉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 및 2차피해 유발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사건을 이처럼 복잡하고 황당하게 만든 관계자들도 모두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괴롭히는 공군 검찰단은 즉시 무혐의 처분을 통해 피해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군은 입장문을 내고 “본 사건을 법과 규정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수사과정에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간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인권위원회에도 자문을 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부대는 지난 4월 B하사의 성폭력 사건 신고 직후 가해자를 구속해 1심 재판이 진행중이며 매뉴얼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며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격리 중이던 남군 하사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성폭력 및 주거침입 혐의로 신고했고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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