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17년만에 바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일 14시 50분


코멘트


국내 수족관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바다로 돌아간다. 남방큰돌고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제주 연안에 120여 마리가 서식한다.

해양수산부는 3일 비봉이를 자연 생태계로 돌려보내기 위한 야생적응 훈련 등 해양방류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비봉이는 2005년 4월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뒤 제주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쇼에 동원돼 왔다. 올해 1월 퍼시픽리솜이 폐업하며 방류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해수부에 따르면 비봉이는 사육수조 내에서 살아있는 먹잇감을 직접 사냥하여 먹는 등 적응훈련을 통과했다. 해수부는 비봉이를 제주 퍼시픽리솜에서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 가두리로 옮겨 야생 돌고래와 교감하게 한 후 이르면 올해 방류할 예정이다. 방류 후 1년간 ‘비봉이’의 행동특성, 건강상태등을 추적 조사해 야생 적응 여부를 판단한다.

해수부는 외부 행사 없이 ‘조용한 방류’를 진행한다. 사람과의 접촉, 소음, 불빛 등 외부요인을 차단해야 야생 적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 조언을 따랐다. 단, 각 단계별 훈련상황은 영상 등으로 기록해 공개할 예정이다.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이로써 2009년경 불법포획됐다 2013년 대법원 판결로 야생으로 돌아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를 기점으로 시작된 남방큰돌고래 해양방류는 약 9년 만에 마무리된다. 당시 비봉이는 너무 오래 전에 포획됐다는 이유로 검찰이 재판에 넘기지 않아 바다로 돌아가지 못했다. 남방큰돌고래가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될 당시 국내 수족관에는 총 8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남방큰돌고래는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소재로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천천히 이동하며 휴식을 하거나 대형을 이뤄 물고기를 사냥하는 등 먹이활동을 한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천천히 이동하며 휴식을 하거나 대형을 이뤄 물고기를 사냥하는 등 먹이활동을 한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현재 국내 수족관에 있는 고래는 흰고래(벨루가) 5마리, 큰돌고래 16마리 등 총 21마리다. 이들은 해외종으로 방류 대상이 아니다. 해수부는 이번 방류를 계기로 해양동물 복지 개선 정책 수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법령 개정을 통해 △수족관 내 신규 고래 반입 금지 △올라타기 등 고래에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금지 △수족관 설립 허가제 전환 등을 추진한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비봉이 방류는 물론이고 해양동물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