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수천만원 ‘호텔패스’ 판매
해외 예약대행-숙박 무제한 등 인기… 지난달부터 숙박비 결제 피해 속출
회원 100여명 10억가량 피해 추산
경찰, 업체 대표 출국정지-조사 착수
한 국내외 호텔 예약 대행 업체가 회원들로부터 숙박료를 미리 입금받은 뒤 정작 숙박시설에는 송금하지 않아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자 100여 명이 총 10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 “숙박비 미결제” 피해자 속출
3일 피해자들에 따르면 호텔 예약 플랫폼 ‘에바종’은 최근까지 계약 기간에 지정된 호텔 여러 곳에서 숙박할 수 있는 ‘호텔패스’를 수백만∼수천만 원에 판매했다. 한번 투숙하면 일정 기간이 지나야 다시 투숙할 수 있지만 횟수 제한이 없어 인기를 끌었다. 패스를 구입하면 호텔 예약도 대행해 줬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패스를 구입했음에도 숙박비가 제대로 결제되지 않았다는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피해자 A 씨는 지난달 중순 에바종 사이트에서 970만 원을 내고 패스를 구입한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텔을 예약해 투숙했다. A 씨가 퇴실하려 하자 호텔 측은 “숙박비를 결제하라”고 했다. A 씨는 “에바종에 비용을 지불했으니 그쪽과 해결하라”고 설명한 뒤 귀국했지만, 일주일 뒤 호텔에 등록했던 신용카드로 숙박료 100만 원이 결제됐다. A 씨는 2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에바종 대표를 만나 ‘호텔패스 구입 비용을 돌려주겠다’는 각서를 받았지만 언제 해결될지 몰라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에바종 측은 지난달 말부터 일부 피해자들에게 “회사 자금상의 이슈로 송금이 이뤄지지 않아 객실료 결제가 안 됐다”며 “(호텔) 체크인 시 객실료를 선결제한 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환불해 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패스를 구입한 피해자 B 씨는 “안내에 따라 호텔에서 숙박료를 결제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환불받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 “선입금 예약 각별히 주의해야”
신고를 받은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 회사가 회원들에게 고의로 피해를 입힌 것인지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에바종 대표에 대해선 2일 출국정지 조치를 내렸다.
2일 찾은 서울 중구 에바종 사무실은 ‘운영상의 이유로 당분간 (직원이) 출근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공지가 붙은 채 문이 닫혀 있었다. 대표 C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 회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추후) 자세한 환불 예정 일자 및 관련 안내를 드리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선입금 방식의 예약 시스템은 피해 발생 시 보상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근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총괄팀장은 “높은 할인율을 앞세워 예약금을 미리 지불하도록 하는 상품의 경우 상식적이지 않은 수준의 할인율을 제시한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며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한 뒤 문제 발생 시 카드사에 할부금 지급 중지 요청을 하는 방법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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