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NLL쪽 단순표류 가능’ 자료에도 월북으로 왜곡발표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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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데이터 제공 관계자 진술 확보
해경 “인위적 노력없이 북쪽 못가”
전문가 “월북 단정 어려운데 발표”
檢, 윗선 지시 여부 집중 조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 표류 지점을 예측한 자료를 해양경찰이 왜곡 발표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해경에 표류예측 데이터를 제공한 관계자들로부터 해경이 예측 결과 가운데 ‘월북’ 판단에 유리한 내용만 취사선택해 발표한 정황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았던 하태경 의원이 국립해양과학기술원(기술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표류예측 시스템을 통해 이 씨가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한 해역으로 단순 표류할 수 있다는 예측치를 얻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원은 2020년 9월 28일 자체 분석을 통해 이 씨의 실종 시점을 21일 오전 2∼3시로 특정할 경우 22일 오후 3시 반 단순 표류할 수 있는 위치를 점들로 표시한 ‘예상 표류 범위’를 해경에 제출했다. 이 중 최북단에 있는 점은 이 씨가 실종된 소연평도 북쪽 대연평도를 넘어 NLL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해경은 2020년 9월 29일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표류 범위 ‘전체’를 보여주는 대신에 표류 가능 지점의 ‘평균값’을 이은 선만 표시한 지도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북측 해역까지 표류할 수 없어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 해양 전문가는 해경 발표에 대해 “표류 가능 지점을 굉장히 좁혀서 본 것”이라며 “이 데이터로는 자진 월북을 단정할 수 없음에도 발표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해경 발표에 표시된 선으로는 표류 방향 정도만 알 수 있다. 당시에도 잘못된 해석이란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해경이 무리한 발표를 강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 배경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3일 오전 당시 해경 수색구조과장으로 집중수색 작업을 지휘했던 해경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하 의원은 “해경이 전문가의 분석 자료를 왜곡해 월북 근거로 제시했다”며 “자진 월북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수사를 억지로 끼워 맞춘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해경이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해피살 사건#월북#왜곡발표 의혹#nll#표류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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