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7시4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에 신논현방향으로 향하던 가던 9호선 열차가 멈춰섰다. “선로가 침수돼 노량진역부터 신논현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안내방송에 귀 기울이지 못한 승객들은 노량진역에 내려서야 강남쪽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승객들은 “강남 가려면 어떻게 해요?” “잠실 가려면 뭘 타야 해요?”라며 질문을 쏟아냈지만 역무원은 “나가셔서 버스 타거나 개화 방향으로 돌아가셔야 해요”라고 답할 뿐이었다.
전날 폭우로 동작역이 물에 잠기면서 9호선 노들역부터 사평역 사이 총 7개 역사 구간이 이날 출근길에 운행하지 못했다. 해당 구간의 지하철 양방향 운행이 중단되면서 9호선은 개화역~노량진역 구간과 신논현역~중앙보훈 구간으로 나뉘어 일반열차로만 운행됐다.
노량진역 개찰구 쪽으로 나오자 목적지로 가는 빠른 방법을 찾기 위해 100명 이상이 모여 연신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있었다. 사무실로 전화해 “늦을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되죠”라고 사정을 알리는 직장인도 많았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신논현역으로 출근하는 중이었다는 이모씨(42)는 “열차가 침수됐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아예 운행을 못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일부러 차를 놓고 왔는데 낭패”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고속터미널역으로 가려 했다는 한모씨는 “지방으로 가는 길인데 지하철이 운행 안할지 몰랐다”며 “물어물어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인데 제대로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비슷한 시각 여의도역은 평소보다 훨씬 한산한 모습이었다. 강남에서 여의도로 오는 9호선 열차가 막힌 탓이었다. 여의도역에서 만난 장모씨(35)는 “집이 노량진 쪽이라 9호선을 타고 왔는데 강남에서 오는 사람이 없다 보니 평소보다 한산했다”고 설명했다.
9호선 외에도 7호선 이수역과 2호선 신대방역, 7호선 천왕~광명사거리 구간은 이날까지 일시적으로 운행이 중단되면서 출근길 직장인들이 괴로움을 호소했다.
같은 시각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역도 혼란스러웠다. 특히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9호선이 막히자 다른 방법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다. 역무원은 “9호선 탑승이 어렵다”며 “여의도에 가려면 5번 출구에서 360번 버스를 타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안내했다.
강남역으로 출근하는 시민들 역시 평소보다 열차가 붐빈 탓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전날 내린 비로 서울 곳곳이 통제되면서 자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어난 영향이다. 20대 남성 A씨는 “이쪽(강남)이 침수됐다고 해서 출근이 늦어질 것 같아 미리 나왔다”며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40대 남성 B씨는 “오늘 비 때문에 승용차 운전 안하고 지하철 탔다”고 토로했다.
폭우로 인해 일부 강 하천이 범람하면서 반포대로 잠수교와 경부고속도로 서초~양재, 올림픽대로 여의 하류~여의 상류, 동부간선도로 성수 분기점~군자로, 내부순환로 성동~마장, 강변북로 동작대교~한강대교 등이 통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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