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상황에도 배달 기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시간당 100㎜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도로 곳곳이 침수됐지만,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고객에 배달 음식을 전해주는 라이더의 모습이 포착됐다. 또 온라인몰의 새벽배송 등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차질없이 배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커뮤니티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전날 밤 서울 관악구 도림천 주변을 지나는 배달 라이더의 사진이 올라왔다. 당시 도림천이 범람한 상황에서 라이더는 물살을 헤치며 바이크를 힘겹게 옮기고 있다. 또다른 영상에는 도로가 침수된 탓에 바이크를 이용하지 못하자 도보로 배달음식을 전해주는 배달기사의 모습이 포착됐다. 건물 앞에 나온 고객에게 음식을 재빨리 건네준 뒤 돌아선 배달기사는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평소 2000~5000원이던 배달팁(배달요금)이 기상 악화로 2만 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전날 온라인 상에는 ‘실시간 어느 가게 배달팁’이라는 제목으로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에 나온 한 음식점의 배달팁을 캡처한 이미지가 공유됐다. 배달팁은 무려 2만4800원. 음식값만큼 비싼 배달비에도 누리꾼들은 되레 “더 받아도 할말 없는 날씨” “이정도면 생명수당” “시킨 사람이 잘못” “저 정도는 싼 거다. 우리동네는 지금 4만 원 받고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유명 배달앱인 B업체에서 일하는 라이더는 음식을 픽업했다가 배달을 완료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새벽 배달 관련 카페에 “강남역으로 배달비 1만3000원을 받고 가는데 도로가 침수돼서 못가게 됐다. 고객센터에 연락하니 음식을 자체 폐기하라더라. 음식값이 비싸다고 음식점에 다시 가거나 침수 안 된 곳으로 (천천히) 가겠다고 하니까 위험하니 자체폐기하고 배달 완료하라더라”고 설명했다. 위험한 상황에 놓인 라이더를 먼저 신경쓴 업체의 배려에 칭찬이 이어졌다.
일부 맘카페 등에서는 새벽 배송과 로켓 배송을 취소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용인 지역 한 맘카페 회원은 전날 오후 “비가 새벽까지 온다고 해서 급하게 물건을 취소하려는데 출고가 됐다더라”면서 “오히려 먼저 양해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회원들도 “오늘 같은날 시켜서 죄송하다” “천천히 가져다주셔도 된다” “안전하게 오셨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새벽배송 등 택배는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차질없이 배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도 전국이 흐리고 중부지방과 경북권을 중심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100㎜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겠다. 수요일인 오는 10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강원내륙산지‧충청북부‧경북북서내륙 100~200㎜ (수도권·강원내륙·산지 30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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