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철 국내 인구 이동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여행이 늘면서 외국에서 유입된 코로나19 확진자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방역당국은 여름휴가 기간에 커진 확산세가 자칫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로 번지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는 지난주(1~7일) 전국 휴대전화 이동량이 2억6858만 건으로 전주(2억6789만 건)보다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비수도권 이동량은 1억3888만 건으로 전주(1억3502만 건) 대비 2.9% 증가했다. 여름휴가 극성수기를 맞아 수도권 인구가 대거 비수도권으로 여행을 떠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전국 이동량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같은 기간(2억6324만 건)보다도 2.0% 증가한 규모다. 2020년 3월 22일 이후 줄곧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올 4월 18일 해제되자,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확진자 증가는 휴가철 이동량과 무관하지 않다. 1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5만1177명으로 4월 13일(19만5387명) 이후 118일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해외유입 확진자가 615명으로 국내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다였다.
이에 따라 유행 규모가 당초 예측보다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주 방역당국은 하루 확진자 20만 명 이내 수준을 정점으로 6차 유행을 넘길 수 있다는 예측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10일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확산 추이를 추가적으로 관찰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휴가철 유행 확산이 요양병원, 요양시설, 정신병원 등 고위험 시설로 번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후 위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에 이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코로나19 사망자가 3명 중 1명꼴로 감염취약시설에서 나오고 있다”라며 “이런 시설마다 감염 관리자를 지정하고 집중 교육을 하면 현재 0.04%인 코로나19 치명률을 훨씬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복지부는 올 6월 전국 만 19~71세 성인 2063명을 상대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한 결과 우울 위험군의 비율이 16.9%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20년 3월 이후 석 달마다 실시한 이 조사에서 우울 위험군이 17% 미만으로 나타난 건 처음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점수(3점 만점)도 1.2점으로 역대 가장 낮았다.
반면 자살 생각률은 12.7%로 올 3월 조사(11.5%)보다 소폭 증가했다. 연구를 맡은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기간에 누적된 문제로 인해 정신건강이 더 악화되거나 자살이 증가할 우려에 대비해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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