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쥐 나오고, 에어컨 없어 땀 뻘뻘”…유치원 실태 폭로

  • 뉴시스
  • 입력 2022년 8월 10일 14시 33분


“교실에선 쥐가 수시로 나오고, 한여름에 에어컨도 없이 습한 지하 강당에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했습니다.”

울산 북구 A 유치원 학부모들이 열악한 교육 환경 실태를 비롯해 아동학대 사건, 부적절한 회계 운영 등을 폭로했다.

A 유치원 학부모, 주민, 북구의회 등으로 구성된 유치원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0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교육청은 해당 유치원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A 유치원 원아 100여명은 지난 7월까지 무더위 속에서도 곰팡이가 피어있는 습한 지하 강당에서 에어컨도 없이 마스크를 쓰고 체육활동 등을 했다.

지난해 6월~9월에는 교실 에어컨이 고장 나 더위를 호소하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기 놀이’를 하자며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땀이 많이 흐른 아이들은 땀을 식혀 집에 보내 부모들이 이 사실을 모르게 하는데 급급했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또 일부 교실에서는 쥐구멍을 그대로 방치해 수시로 쥐가 드나드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 아이들이 노출돼 있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이 밖에 2007년 구입한 급식실 정수기는 점검표도 없이 제대로 관리 되지 않은 채 아이들의 급식과 음용수에 쓰였다.

대책위는 해당 유치원에서 지난해 아동학대 사건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지난해 8월 아이가 물 마시고 소변 누는 것을 거부하는 등 등원 거부가 심해지자 유치원에 CCTV 확인 요청을 했다”며 “확인 결과 담임교사와 같은 반 친구들이 계란노른자를 먹지 못하는 우리 아이를 보고 헛구역질 하는 흉내를 내는 장면이 담겨 있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학부모는 “이 사건 이후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검찰에서는 사건 배당조차 받지 못했다”며 “아이는 지금도 심리치료를 받는 등 힘들어하는데 원장으로부터 사과의 말을 듣지도 못했다”고 울먹였다.

대책위는 부적절한 회계 관리도 지적했다.

이들은 “학부모가 내는 유치원 교육비를 유치원 공식계좌가 아닌 교사 개인 계좌로 받아 3년간 1억원이 넘는 돈이 원장 개인 계좌나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이 있었지만 교육청은 이런 사실을 종합감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보장 ▲사립유치원 교육환경 개선 ▲철저한 관리 감독으로 유치원 재정 및 운영에 대한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관리 감독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병설 유치원 설립 계획 마련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 및 보조교사 지원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혹스럽다”며 “위생 문제 판단 여부는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학부모들이 주장하는 교육 환경, 회계 등에 관해서는 교육청 감사를 통해 다 소명했고 교육청 지시 명령을 다 이행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울산시교육청은 지난달 해당 유치원 시설 등 실태 조사와 현장점검을 4차례 걸쳐 진행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해당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환경개선 공사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며 “또 급식, 위생, 교사 처우, 차량 관련한 점검 내용과 개선 사항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계속해서 현장점검 및 지도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계와 복무 관련해 감사를 벌여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며 “사립유치원에 대한 행정 재정적 지원과 함께 공공성, 투명성을 높일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울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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