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주민 장모씨(여·50)는 진흙이 말라붙은 자동차 시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진흥아파트는 지하 변압기가 침수돼 대규모 정전 피해를 입었다.
장씨는 “휴대전화(손전등)를 쓰다가 배터리가 다 돼서 보조 배터리와 노트북까지 다 끌어모았다”며 “이마저도 다 소진해 숙소를 잡아서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진흥아파트는 연 이틀째 복구작업에 한창이었다. 지상 주차장에서는 지게차가 침수된 차량을 들어 올려 화물차에 싣고 있었고 인근 도로에선 포크레인이 임시 전봇대를 세우기 위해 아스팔트 바닥을 파내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전날 지하 1층 천장 높이까지 침수된 상가는 물을 펌프로 끌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상가 1층 가게들도 침수된 물건을 밖으로 꺼내고 빗물을 닦아내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상가 1층 카페를 운영하는 임모씨(39)는 “3일째 장사를 하지 못했다”며 “기계 수리비를 포함해서 800만원 정도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이날 서초와 강남구 인근에선 피해 복구 작업 중인 한국전력 작업자, 구청 직원, 소방대원들과 안전장치 모습이 도로 곳곳에서 포착됐다. 강남역 4번 출구 앞 횡단보도에는 맨홀 크기의 싱크홀이 생겨 안전 도구를 설치해놓은 상태였다.
강남구 역삼초교 교차로 인근에선 건물 지하 주차장에 들어찬 물을 빼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5㎝ 높이로 주차장을 가득 메운 흙탕물 위에는 플라스틱병과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건물 관계자는 “복구에 적어도 15일에서 한 달은 걸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초구에선 빗물에 휩쓸린 실종자 4명을 수색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지난 8일 밤부터 서초동 릿타워 주차장(1명), 서초동 강남 효성해링턴타워 인근 맨홀(2명), 서초동 강남빌딩 주차장(1명)에서 실종자가 발생했다. 실종자 대부분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휩쓸려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은 강남빌딩 앞에 임시 상황실을 마련하고 배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강남빌딩 지하 1층에서 지하 6층까지 연면적은 3만6202㎡(약 1만951평) 규모다.
오주형 서울 서초소방서 상황실 팀장은 “사용할 수 있는 장비는 모두 동원해 활용하려 하는데 여건이 좋지 않다”며 “물이 가득 차 있어 구조대 진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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