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8일 서울 서초구 도로 맨홀에 빠져 실종된 남매 2명 가운데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맨홀을 아무리 견고하게 설치해도 폭우로 수압이 높아지면 열릴 수 있는 만큼 저류조 확대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0일 서초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분경 실종 지점으로부터 약 1.5㎞ 떨어진 아파트단지 앞 우수배수관에서 8일 실종된 4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맨홀에 빠져 실종된 A 씨의 누나 등 서초구의 나머지 실종자 3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맨홀은 ‘잠금식’으로 견고하게 설치돼 있었지만, 수압이 높아지면서 뚜껑이 열린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관계자는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 40㎏ 이상인 맨홀도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만 27만 개 이상의 맨홀이 설치돼 있다고 한다.
특히 폭우가 내려 맨홀이 물 속에 잠길 때는 보행자가 맨홀이 열려 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 더 위험하다. 8일 서초구 일대는 시간당 100㎜ 이상 폭우가 쏟아지며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 있었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물이 역류하면 맨홀이 견고해도 한계가 있다”며 “상습 침수지역에 지하 저류조를 설치해 수해를 막는 근본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폭우가 내릴 때 맨홀이 얼마나 위험한지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3명이 추가로 실종됐다. 9일 오후 5시경 강원 원주시 섬강 인근에서 노부부가 벌통을 살피다가 실종됐고, 같은 날 오후 11시경 경기 남양주시에서 귀가하던 A 양(15)이 하천 돌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진 뒤 실종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