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로 강남 일대와 지하철역 등 서울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강우 처리 용량과 빗물받이 시설을 늘리는 등의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먼저 침수가 반복되는 지역의 강우 처리 용량을 늘릴 필요성이 언급된다. 현재 강남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은 85mm다. 2024년까지 배수구역 경계를 조정하는 등의 추가 공사를 마쳐도 95mm 수준에 그친다. 8일 오후 강남에 내린 116mm의 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상습적 침수가 일어나는 강남은 과다 설계로 느껴질 정도로 용량에 유연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빗물을 배수구로 빼는 ‘빗물받이’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빗물이 배수구로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리 지하의 배수로가 완비돼 있더라도 침수를 막을 수 없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빗물받이를 10∼20개 연속으로 길게 설치해 배수 성능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빗물받이가 쓰레기 등으로 막히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시간당 100mm의 비가 내릴 때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차 있으면 침수가 3배 가까이 빠르게 진행된다.
승강장 안 물난리를 겪은 9호선 동작역과 7호선 이수역 등 지하철역들도 이번에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동작역은 저지대에 있는 6·7·8번 출구로 빗물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는데, 각 출구에 높이 35cm의 차수판이 하나만 설치돼 빗물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2030년까지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향후 10년간 3조 원을 집중 투자해 집중호우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은 폭우가 내리면 이를 저장해 둘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지하 물탱크’로 대심도 빗물터널로도 불린다.
당초 오 시장 재임 시절이었던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 이후 침수 취약지역 7곳에 대한 대심도 빗물터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 취임 이후로 계획이 변경돼 양천구 신월동에만 터널이 설치됐다. 다만 일각에선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강남 등에 터널을 시공하기 쉽지 않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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