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140㎜의 누적강우량을 기록한 강원 원주시의 섬강 문막교에 홍수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이날 오전 문막교 아래 파크골프장이 물에 잠겨 있다. 2022.8.9/뉴스1
9일 강원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 섬강 인근 양봉장에서 실종된 노부부가 119에 직접 구조 요청을 해 119대원들이 출동했지만 인근에 있던 다른 사람을 구조한 뒤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119대원들이 신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구조한 뒤 신고자로 알고 구조를 완료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전 5시경 A 씨(82)와 B 씨(78·여) 부부가 119에 “고립됐다”며 구조 요청을 했다. 119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강물이 범람한 상태로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출동 과정에서 신고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119대원들은 현장에 있던 컨테이너에 한 남성이 고립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2명이 고립된 것으로 알고 있던 대원들은 “다른 1명은 어디 있냐”고 물었고, 이 남성은 “저 위쪽에 안전한 곳에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들이 “신고한 거 맞냐”고 묻자 “내가 신고는 안 했고, 저 위쪽 사람에게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답했다.
구조 요청을 처리한 것으로 안 대원들은 다른 곳으로 출동을 위해 급히 자리를 떠야했다. 이날 원주지역에는 폭우가 내려 신고 및 구조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8, 9일 이틀 동안 원주지역에는 156.2㎜, 인접한 횡성지역에는 289.5㎜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러나 A 씨 부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날 오후 5시경 자녀들이 신고했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다시 수색을 재개했다. A 씨 부부가 신고한 지 12시간이 지난 뒤였다.
다시 찾은 양봉장에서는 부부의 차가 발견됐다. 그러나 차량에 연결하는 캠핑 트레일러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1일까지 사흘째 수색을 벌였지만 A 씨 부부를 찾지 못했다. 이 부부는 평소 원주시내의 집과 양봉장을 오가며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소방서 관계자는 “컨테이너에서 구조된 분이 신고를 했다고 하니까 대원들 입장에서는 신고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연이 몇 차례 겹치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 부부의 가족들은 “엉뚱한 사람을 구하고 상황을 종료한 사이 12시간 가량 수색이 중단돼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그 사이에 부모님이 떠내려 갔을 것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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