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1일 발표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검수완박으로 제한한 검찰의 수사범위를 다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검찰청법에서 명시한 단 한 글자 ‘등’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검수완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법대로’ 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구체화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오는 12일부터 29일까지 입법예고하고, 9월1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 ‘등’ 한 글자의 마법, ‘힘 빠진’ 검찰 직접수사 범위 제한
한 장관이 이같은 우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데는 단 한 글자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최종안은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문구가 수정됐다. 2대 범죄로 제한하는 의미가 명확한 ‘중’ 표현 대신 해석 여하에 따라 확장 가능성이 충분한 ‘등’으로 고친 것이 검찰의 구원줄이 된 셈이다.
한 장관은 “검찰청법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중요범죄를 규정한다”며 “중요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설정하도록 위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 형사소송법 등에서는 이와 유사하게 규정하는데, 예시적 열거와 함께 하위법령에 구체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흔하고 일반적 ”이라며 “개정 검찰청법에서도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서 중요 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정했다는 취지임이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국회가 만든 법이 그런 것인데, 그 법률대로 하는 것을 시행령으로 무력화한다는 말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6대범죄 규정 당시 국회에서 밝힌 수정이유를 보면, ‘그 외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구체적인 타당성을 갖추게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률 해석상의 여지를 남겨둔 검찰청법이 이같은 대통령령 개정안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 부패·경제범죄 재정의, 수사 가능한 죄목 대폭 확대
‘등’에서 찾은 물꼬의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현행 대통령령은 6대범죄 죄목을 열거하는 방식이다. 규정된 죄목이 아니면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개념 정의를 통해 부패·경제범죄를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이에 더해 수사 가능한 죄목도 추가하는 방식으로 검수완박 우회로를 만들었다. 부패·경제범죄의 개념 정의 및 재분류를 규정한 제 2조 제1호 및 제2호가 핵심이다.
특히 공직자범죄로 규정된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 선거범죄에 포함된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을 부패범죄로 재분류해 사실상 공직·선거범죄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방위사업 범죄 역시 경제분야에서 기술유출 등으로 초래한 범죄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을 경제범죄로 규정, 검찰수사 배제범위에서 제외했다. 이밖에 마약·조직범죄·무고·위증 등 범죄에 대한 검찰의 폭넓은 수사권한도 쥐어줬다.
더불어민주당은 하위법령이 상위법률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판단하고 위법성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수사권 박탈을 위해 헐거운 법을 통과시킨 정치권의 자업자득이란 평가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