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임 직후 민생범죄·마약 근절 등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는 동시에 신속하게 대규모 간부 인사까지 단행한 것을 두고, 발빠르게 조직 장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 10일 치안정감 및 치안감 인사를 냈고 지난 11일에는 총경급 293명에 대한 전보 및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 10일 취임한 윤 청장의 공식 임기 시작 직후 이뤄졌다. 윤 청장이 취임 즉시 간부 진용을 재정비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모양새다.
특히 주요 사건 수사팀장을 교체한 점도 새판짜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접대 의혹 등을 수사해왔던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교체됐고, 같은 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금융범죄수사대도 책임자가 바뀌었다. 또 서울 지역 경찰서장은 31명 가운데 9명이 물갈이됐다.
한편으로 윤 청장은 취임식을 생략하고 일선서를 찾아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악성 사기를 근절하고 서울 강남권 유흥업소의 마약류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는 1·2호 지시를 내놓기도 했다. 이 역시 다소 어수선한 경찰 조직을 추스리는 조치로 풀이된다.
윤 청장 취임 전 경찰 조직은 행정안전부가 들고나온 경찰국 설치 문제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새정부 출범 이후 반발해 전임 경찰청장이 사퇴했고, 내부에서는 연일 성토글이 올라왔다. 일부 경찰관들은 삭발 시위를 벌였고 급기야 총경급 간부들이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개최해 경찰국 설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윤 청장이 창장 직무대리를 맡고있던 당시 경찰청은 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서장회의를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쿠데타’라고 힐난하면서 경찰 내부 불만과 동요는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명장을 받은 윤 청장은 인사 등 조치를 통해 조직 안정을 꿰하는 모습이다.
경찰청은 최근 서장회의와 관련해 주도자인 류 총경 외에는 별도로 문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당초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 조사를 예고했지만 한발 물러선 것이다.
최근 윤 청장이 일선 수사인력 확충과 공안직화 등 경찰관 복지 확대를 약속한 것도 조직 달래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윤 청장은 경찰제도발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복수직급제, 기본급 인상, 수사역량 강화 등 중요현안을 집중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경찰청은 류 총경에 대해서는 “상응한 책임”을 지우겠다는 입장이라, 감찰 결과에 따라 조직내 반발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재 류 총경은 회의 당시 윤 청장의 해산명령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법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편 윤 청장의 구체적인 경찰 조직 운영 계획은 오는 18일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서 윤 청장이 최근 법무부가 내놓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지도 주목된다. 개정안은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공직자·선거 등 범죄 중 일부를 다시 검찰 직접수사가 가능한 부패·경제범죄로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윤 청장은 그간 일관되게 “궁극적으로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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