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등 쓰레기 가득… 악취 막으려 덮어두기도
폭우때 배수구 역할 못해 피해 키워
“상습 침수지역엔 밀집 설치” 지적도
“여름엔 하수구 냄새가 너무 심해서 빗물받이를 덮어놓을 수밖에 없어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 씨(40)는 14일 이렇게 말했다. A 씨 식당 앞 도로변 빗물받이는 고무판으로 덮여 빗물이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A 씨는 “지난주 폭우가 심했던 건 알고 있지만 이 동네는 별 영향이 없어 그냥 덮어뒀다”고 했다.
최근 서울 등 중부지방에 기록적 폭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랐지만 여전히 배수구 역할을 하는 빗물받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빗물받이만 제대로 관리해도 도로 침수 피해를 상당수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강남과 서초, 종로, 신촌 등 시내 번화가를 살펴본 결과 상당수의 빗물받이가 쓰레기로 막혀 있거나 덮개를 덮어놓아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의 한 빗물받이는 담배꽁초와 담뱃갑 등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하수구 속 메탄가스 및 습기와 결합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엉겨 붙고, 결국 배수를 막게 된다”고 했다.
상습 침수 지역을 중심으로 빗물받이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재팀이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 서초구 일대를 돌아보니 예술의전당에서 지하철 2호선 서초역까지 약 1.3km 구간에 한쪽 도로 기준으로 설치된 빗물받이는 총 38개였다. 평균 간격이 약 34m인 셈이다.
환경부는 빗물받이 간격을 10∼30m로 정해두고 상습 침수 지역의 경우 10m 미만 간격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 교수는 “물이 자주 고이는 지역은 빗물받이 10여 개를 수m 간격으로 설치하는 것도 피해를 막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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