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6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자택 등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핵심 안보라인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자 검찰 안팎에선 이른바 ‘윗선 수사’의 신호탄이 울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13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한 달 넘게 참고인 조사와 법리 검토를 하며 준비 작업에 공을 들였다. 검찰 내부에선 주요 수사 대상자의 자택, 사무실,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폭넓게 발부한 만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다른 청와대 전직 고위 관계자들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전방위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오전 서 전 실장의 경기 용인시 자택에 검사 1명과 수사관 3명을 투입해 휴대전화와 자필 메모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서 전 실장 자택 압수수색은 별다른 마찰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은 퇴직 후 개인용 컴퓨터(PC)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자택에서도 PC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비슷한 시간 박 전 원장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택으로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수첩과 휴대전화 등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검사 1명과 수사관 2명이 30분 동안 압수수색을 했는데 휴대전화와 수첩 5권을 가져간 것이 전부”라며 “국정원 서버에서 지웠다면서 왜 저희 집을 압수수색하느냐”고 반발했다.
검찰은 이날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자택을 비롯해 국방부 예하 부대 및 해양경찰청 사무실 등 총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다발로 진행했다.
● ‘윗선’ 개입 여부 규명 주력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 주요 인사에 대한 본격 소환 국면을 앞둔 검찰은 ‘혐의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해 서버에 남은 정보 생산·삭제 기록과 직원 메신저 내용 등을 확보한 후 사실관계 파악에 집중했다. 국정원과 국방부, 해경 전·현직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이 씨의 단순 표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자진 월북으로 판단한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내부에선 법원이 주요 피고발인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폭넓게 발부한 만큼 혐의 소명이 상당 부분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월북 판단의 ‘윗선’을 밝혀내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사건 직후 국방부와 해경이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사건 이틀 뒤인 2020년 9월 24일 발표에서 “자진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같은 달 29일에는 이 씨의 도박 빚 등을 언급하며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단정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 핵심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이 해경에 내렸던 지시와 의사 결정 과정을 재구성한 뒤 소환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조만간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을 먼저 부른 뒤, 이르면 이달 말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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