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취수원 문제 새 국면… 구미 대신 안동댐 활용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8일 03시 00분


홍준표 시장 “13년간 물분쟁 종료”
구미시와 취수원 협상 중단 밝혀
안동댐 활용 사업 본격 추진에 안동시는 인센티브 요구 긍정적
지역 시민단체 반응은 엇갈려

11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권기창 안동시장이 안동댐 물을 대구 취수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11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권기창 안동시장이 안동댐 물을 대구 취수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의 숙원인 취수원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당초 낙동강 상류에 있는 경북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대구 취수원을 옮기려는 계획은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대구시는 구미시와 협상 중단을 결정하고 안동댐 물을 취수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구미시와 13년에 걸친 물 분쟁을 종료하고자 한다. (구미시에) 제공하기로 한 100억 원은 집행 취소 후 연말 채무변제에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이 언급한 100억 원은 올해 4월 국무총리 주재로 환경부와 대구시, 경북도, 구미시, 한국수자원공사가 ‘대구시의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 협약을 맺을 당시 구미시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인센티브다.

대구시는 16일 ‘대구시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협조 요청서’를 구미시에 발송했다. 이종헌 대구시 정책총괄단장은 “최근 김장호 구미시장의 발언에 따라 기존 합의 사항이 파기됐다고 본다. 구미시와 취수원 다변화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협조 요청서에 구미 5국가산업단지에 오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할 것과 화학공장 및 유독물질 배출 공장 입주를 막아줄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구시와 구미시의 취수원 논쟁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신(dioxine)’이 구미산업단지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시민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대구시는 취수원을 구미산업단지보다 상류인 해평취수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구미시에 요구했다. 구미시는 수량 부족과 오염 우려를 이유로 즉각 반발했다. 이후 두 지역의 갈등은 올해 4월 해평취수장 공동 사용 협약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 이후 신임 시장들이 취임하면서 취수원 문제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 시장은 “취수원 문제가 구미시가 아닌 대구시 현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전임 시장이 서명한 협약이 졸속으로 체결돼 원점에서 다시 봐야 하며 취수원을 구미보 상류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대구시에 요구했다. 홍 시장은 “낙동강 하류 수질오염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할 말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두 시장의 발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대구시가 안동댐으로 취수원을 이전하는 것을 지지한다. 향후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적극 참여를 요구하고 국회의 지원을 촉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반면 해평취수원 상생구미연합회는 “구미시장과 대구시장이 조속히 만나 협약 체결에 대한 오해나 갈등을 풀고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취수원 구미시범시민반대추진위원회는 “대구시장이 구미시민을 향해 겁박과 망언을 하고 있다. 구미시민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는 도수관로를 활용해 안동댐 물을 취수원으로 끌어오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최근 홍 시장과 권기창 안동시장이 만나서 사업을 논의했다. 안동시는 식수 공급 대가로 산업단지 조성과 지역 농산물 판매 지원 같은 각종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다.

홍 시장은 “안동시와 안동댐 물 사용에 관한 상생 절차를 본격 논의하고 환경부, 수자원공사와 협력 절차를 시작하겠다. 조만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취수원 문제#안동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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