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사저 평산마을 100여일 만에 잠잠…욕설 시위자 쫓겨나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2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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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구역 확대 첫날 풍경…확성기 단 차량 전면통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경호 구역이 반경 300m로 확대된 22일 보수단체 회원들이 파라솔을 치고 앉아 있다. 양산=최창환기자 oldbay77@donga.com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경호 구역이 반경 300m로 확대된 22일 보수단체 회원들이 파라솔을 치고 앉아 있다. 양산=최창환기자 oldbay77@donga.com
“욕설하지 마세요. 고성 지르지 마세요. 비방하지 마세요. 3회 경고했습니다. 경호법에 따라 경호 구역 밖으로 이동 조치하겠습니다.”

22일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앞. 이날 0시부터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구역이 사저 반경 100m에서 사저 반경 300m로 확대되자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은 시위를 하러 온 보수단체 회원들을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원칙적으로 경호구역 내에선 집회나 시위가 허용되지만,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욕설, 비방, 모욕 등 질서를 방해하는 참여자는 경호구역 밖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경호처와 경찰은 또 경호구역 확장과 별도로 마을 도로(길이 50m)를 ‘완충구역’으로 설정하고 펜스를 쳐 시위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 도로는 보수단체 시위가 매일 열리던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해가 상충되는 2개 이상의 단체가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할 경우, 충돌 방지를 위해 통상적으로 완충구역을 설치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은 평소의 5배인 150명을 이 주변에 배치하고 시위에 적극 대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경호 구역이 반경 300m로 확대된 22일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이 한 시위자를 경호 구역 밖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양산=최창환기자 oldbay77@donga.com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경호 구역이 반경 300m로 확대된 22일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이 한 시위자를 경호 구역 밖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양산=최창환기자 oldbay77@donga.com
이에 시위자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를 못하도록 하려는 꼼수”라면서 욕설과 함께 강력하게 반발했고, 경호처 직원들은 “집회와 시위를 막는 게 아니다. 경호법에 따라 질서 유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욕설과 고성으로 과격하게 항의한 1인 시위자 A 씨는 결국 경호처 직원과 경찰에 둘러싸여 경호구역 밖으로 이동 조치됐다. A 씨는 “고성과 욕설의 기준이 뭐냐. 잡아가라. 처벌하라”며 경호 구역 밖으로 나갈 때 까지 반발했다.

보수 단체 회원 B 씨도 욕설과 고성을 지르다가 경호처 직원 4명에게 들려 경호구역 밖으로 옮겨지던 중 통증을 호소해 119구급대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날 경호처와 경찰은 문 전 대통령 사저로 진입하는 도로 3곳에 검문소도 설치했다. 경호처와 경찰은 ‘여기는 경호구역입니다. 교통관리 및 질서유지에 적극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적힌 안내판을 세워두고 방문자들의 신분을 모두 확인했다. 특히 대형 스피커를 실은 집회 차량은 전면 통제했고, 집회를 하러온 일부 차량 내부를 수색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호처와 경찰이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평산마을 주변에는 대형 스피커와 확성기가 사라졌다.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현수막과 100여 개의 모형 수갑도 모두 철거됐다. 시위자 7명은 파라솔을 치고 앉아 있거나 태극기와 피켓을 들고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기만 했다.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 역시 이날은 집회를 열지 않았다.

주민 신한균 씨는 “100여일 만에 마을에 평화를 찾아 좋지만, 보수 단체들이 경호 구역 밖에서 더 과격한 집회를 열까 걱정된다”며 “집시법을 개정해 주민들이 사적 공간에서 편한하게 살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수 단체 회원이 많이 참여하는 이번 주말 집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최창환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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