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스스로 미래를 주도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세종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로 세종시가 출범 10년을 맞았지만 아직 도시 관리 권한만 갖고 있어 미래를 제대로 기획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국가기관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도시건설의 기본 계획 및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면, 세종시는 이후에 관리만 맡는 현행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 시장은 “당장은 국회 상임위원회 이전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라는 최대 현안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세종시를 자족 기능을 갖춘 ‘경제와 교육이 이끄는 미래전략도시’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 시장은 5대 행복청장으로 일하던 2011년 국민 공모로 세종시 1066개 시설에 순우리말 이름을 부여한 바 있다. 최 시장은 “세종시를 한글도시로 탄생시킨 경험을 살려 앞으로는 ‘한글문화수도’로 만들 것”이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다음은 최 시장과의 일문일답.
―세종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어떤 청사진을 준비 중인가.
“지난 10년은 세종시가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이전, 도시 인프라 구축 등에 집중하며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자리 잡는 기간이었다. 지금은 국회 상임위 이전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가 주요 관심사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이전 또는 설치된다고 해도 저절로 자족 기능이 갖춰지진 않는다. 자족도시로 성장시키고 미래 발전의 초석을 놓기 위한 ‘미래전략수도’ 구상을 준비 중이다.”
―미래전략도시 구상이 뭔가.
“한마디로 경제와 교육이 견인하는 도시다. 경제자유특구, 교육자유특구 지정으로 다양성과 미래 먹거리가 넘치는 도시를 만들려 한다. 이를 위해선 ‘세종특별자치시’라는 명칭에 걸맞은 특례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세종시가 경제특구가 되면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연계해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실증 테스트베드 역할도 할 수 있어 첨단 기업 유치가 가능해진다. 교육특구로 지정되면 학생 선발, 교육과정 개편, 대안학교 설립 등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 획일적 교육을 벗어나 교육 수요자의 폭넓은 선택권을 보장하는 도시로 주목받을 수 있다.”
―세종시는 도시 계획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
“세종시에는 왕복 6차선 도로가 하나도 없다. 주민 사이에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데, 세종시가 도시 계획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처음 정해진 계획을 바꿀 수 없어 벌어진 일이다. 출범 10년이 지났는데 자치 사무인 도시계획수립 권한을 여전히 행복청이 가지고 있다. 도시는 하나인데 건설과 관리 주체가 이원화돼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시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시민 생활과 밀접한 기반시설(도로 학교 공원 등)에 대한 시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떤 대책을 생각하고 있나.
“국가 계획이라는 차원에서 광역도시 계획은 행복청이 지금처럼 수립하되, 세종시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도시 계획은 이제 세종시가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법’ 개정을 통해 업무 조정의 근거를 마련하고, 행복청과 협의해 역할 재정립 및 협력 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해 나가려고 한다.”
―최근 세종시 KTX역 신설 방침을 밝혔다.
“지금은 세종시 어디에도 KTX 열차가 서지 않는다. 수도 서울과 행정수도 위상을 갖추고 있는 세종시를 연결하는 직통 고속열차가 없다는 건 문제 아닌가. 오송역(충북 청주)이 있다는 반론이 있는데, 오송역은 이미 이용객 포화 상태인 데다 세종시 주민들이 이용하기엔 너무 불편하다. 세종시는 10년 동안 도시가 확장됐고 인구와 교통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 및 대통령 제2집무실이 설치되면 교통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세종시 남부에 KTX 세종역을 신설하면 오송역의 보완 역할을 하면서 세종시민과 대전시민의 편익을 높여줄 것이다. 충청권 메가시티의 기반도 될 수 있다.”
―세종보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세종보는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행복도시 기본 계획에 따라 설치됐다.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 당시 친수 공간을 조성해 시민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세종시를 가로지르는 금강은 도심하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를 폐쇄하면 수량이 감소하면서 도심 경관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금강의 생태 및 관광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공약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도 추진이 어려워진다. 6월 22일 환경부 장관을 만나 세종보의 존치 필요성을 강조했고, 안정적인 담수 공급 방안을 협의해 공감을 얻어냈다.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구체적인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
―‘한글문화수도’ 구상계획을 밝혔다.
“세종시는 도로·교량, 행정구역, 학교 및 아파트 명칭 등 도시 대부분이 우리말로 명명된 한글도시다. 3월 개통된 금강보행교는 원형 보행교가 있어 ‘이응(ㅇ)교’라고 부른다. 이 교량의 총길이는 1446m인데 이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해를 상징한다. 이런 한글 기반을 살려 ‘한글문화수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글·한복·한식·K팝 등 한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국제한글축제와 국제콘퍼런스 등을 개최하겠다. 또 한글문화단지를 조성해 한류문화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국회에서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 개정안은 두 부처를 ‘세종시 이전 제외 기관 리스트’에서 삭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의 통치 기능과 직접 관련된 외교·안보 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이전 제외 기관에 포함될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세종시에 오면 다른 부처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최민호 세종시장 프로필
△ 대전(66) △ 보성고,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졸업 △ 충남도 행정부지사(2006∼2008년) △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장(2009∼2011년)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2011년) △ 국무총리 비서실장(2015년) △ 4대 세종특별자치시장(2022년 7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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